돈 못 갚는 중소기업 늘어…기업은행 연체율 금융위기 후 최고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금융권에 기업 대출 확대를 주문한 뒤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 특화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연체율이 1.00%로 뛰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주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역시 8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 대출 연체율(팩트북 기준)은 1.00%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 0.91%에서 0.09%포인트(p) 뛰었으며 올해 3분기 연체율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02%) 이후 최고치였다. 기업은행의 3분기 기업 대출 연체율은 1.03%로, 지난 2010년 3분기(1.08%)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중소기업 대출 부실 증가추세는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팩트북 기준)은 0.53%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1분기(0.59%) 이후 최고치다.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이 0.54%로, 전 분기(0.42%)보다 0.12%p 뛰었다. 3분기 수치는 지난 2016년 1분기(0.62%) 이후 9년 반 만에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0.56%로 전 분기(0.54%)보다 0.02%p 상승했다. 2017년 1분기(0.69%) 이후 최고치다. 우리은행(0.59%→0.56%)은 2분기보다 약간 낮아졌으나, 2분기 기록이 2017년 2분기(0.71%) 이후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은 3분기 0.45%로, 역시 2분기(0.46%)보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하락했다. 다만 1분기(0.49%) 기록이 2017년 2분기(0.52%) 이후 최고치였다.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은 오히려 불어나는 추세다. 정부가 금융사에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을 강조하자, 은행권은 잇따라 핵심 성장 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75조837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662조2290억원)과 비교해 13조6081억원 늘었다. 대기업 대출 역시 같은 기간 158조3935억원에서 170조4688억원으로 12조753억원 증가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외부감사 기업 중에서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을 밑돈 한계기업 비중은 17.1%로, 2010년 이후 최고치였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았다는 것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23년 17.4%에서 지난해 18.0%로 0.6%p, 대기업은 12.5%에서 13.7%로 1.2%p 나란히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