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廣場] 전작권 전환, 기한 못박을 일 아니다

2025-11-05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커뮤니케이션 센터장
엄효식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장관은 지난 10월 29일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추진에 대해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고위관료가 전작권 전환에 대해 공식 찬성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어 4일 한미한보협의회 참석차 내한한 헤그세스 장관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 전작권 조기 회복"을 언급했다. 전작권 회복은 이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 온 것이지만, ‘임기 내’를 직접 못 박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날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헤그세스 장관은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전작권은 말 그대로 전시에 군 작전을 통제하는 권한이다. 우리 국군의 전작권은 1950년 7월 14일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북한 적대행위가 지속되는 한’이라는 조건을 달아 이양했다. 유엔사가 단독으로 행사하던 전평시 전작권은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창설되면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이관됐고, 1994년 12월 평시 전작권은 우리 국군 합참의장에게 전환됐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전작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고, 2006년 한미협의를 통해 2012년 4월까지 전작권을 이양받기로 했다. 그러나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로 연기했다. 2011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전 등을 거치며 박근혜 정부는 2014년 10월 미국과 협의를 통해 아예 전작권 전환 방식을 변경했다. ‘언제까지’라는 시기를 명기하지 않고 이른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방식인데 현재까지 유효하다.

결국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려면 ‘조건 충족’이 핵심키워드라고 볼 수 있다. 한미동맹은 3단계를 통해 조건을 검증하고 있는데, 현재 2단계가 진행중이다. 한국군이 충분한 군사력과 지휘체제를 갖추고 있는지를 한미가 공동 검증하는 단계다. 2026년 중 2단계를 마무리하고 3단계로 진입해야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런데 3단계 진입시 매우 민감한 이슈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미래사령부’라는 특수한 지휘구조다. 현재 한미연합사령부는 미군 4성장군이 사령관을 맡고 한국군 4성장군이 부사령관 직위를 담당하고 있는데, 미래사령부는 미군과 한국군 4성장군 직위가 서로 바뀌는 것이다.

미래사령부가 현실적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이유는, 세계 최강 미군의 4성장군이 타국 지휘관 휘하에 들어가 명령을 수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특히 극단적으로 미국 중심 사고와 행동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고려할 때 더더욱 그럴 것같다.

기존 논의됐던 한미동맹의 지휘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현재 한미연합사령부처럼 한미동맹이 단일 지휘구조를 유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가 각각 독자적 지휘구조를 유지하되 ‘한국군 주도-미군 지원’이라는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구현을 고려한다면, 미국은 독자적 지휘구조를 갖는 것을 훨씬 실용적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한미연합사령부 지휘구조를 벗어난다면 더 자유롭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엔군사령부의 존재감도 미래사령부 등장과 더불어 매우 달라질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우리 시각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 트럼프의 뇌 속으로 들어가 ‘미국의 국익’을 기준으로 냉정하게 한반도를 바라볼 수도 있어야 한다.

우리로서 가장 만족할 만한 진행조건은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오더라도 주한미군이 현재와 같은 지휘구조와 병력을 현위치에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사령부 창설 여부는 한반도 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전작권 전환이 대한민국을 폭풍의 언덕으로 이끌어가지 않도록 치밀한 전략과 전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