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잡는 킬러 곰팡이 나왔다...꽃향기로 홀려 치명타

2025-11-05     양철승 기자
국제 연구팀이 꽃향기를 내뿜어 모기를 유인한 뒤 감염시켜 죽이는 곰팡이를 개발했다. 이는 살충제 내성 문제에서 자유로운 자연의 원리를 이용한 새로운 방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긋지긋한 모기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다줄 생물학 무기가 개발됐다. 인간에게는 전혀 해가 없고, 살충제 내성에서도 완전히 자유로운 모기 킬러 곰팡이가 그것이다. 이 곰팡이는 모기가 좋아하는 꽃향기를 내뿜어 유인한 뒤 감염시켜 죽음으로 인도한다.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곤충학자 레이먼드 세인트 레저 교수와 중국 저장대학 팡웨이궈 교수 공동연구팀은 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달콤한 꽃향기로 모기를 유인한 뒤 감염시켜 죽이는 곰팡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레저 교수는 "이는 살충제에 대한 모기의 내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연의 원리를 이용한 새로운 방제 기술"이라며 "모기에게 이 곰팡이는 치명적인 향수와도 같다"고 설명했다.

모기는 흡혈 곤충이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후각을 이용해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먹는다. 연구팀은 ‘메타리지움 핑샤엔세(Metarhizium pingshaense)’라는 곰팡이 균주가 모기가 좋아하는 달콤한 꽃향기를 내는 ‘롱기폴렌(longifolene)’이라는 화학물질을 내뿜는다는 사실에 착안, 이들의 유전자를 조작해 향을 더 강하게 내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꽃향기 나는 살충 곰팡이가 탄생했다. 모기가 이 곰팡이에 감염되면 수일 내에 절명한다.

유전자 조작 곰팡이의 살충 효과는 강력했다. 실험실 테스트에서 이 곰팡이는 사람 냄새와 실제 꽃향기가 뒤섞인 공간에서조차 90~100%의 모기를 사멸시켰다. 실험실에서 사육한 모기나 야생에서 포획한 모기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치명적 살충 효과가 발휘됐다.

레저 교수는 "곰팡이 포자를 실내나 실외의 용기 속에 넣으면 향이 즉시 방출되고, 이후 몇 달 동안 서서히 퍼진다"며 "곰팡이 감염에 의한 살충 효과는 강력하지만 롱기폴렌은 이미 향수에 널리 쓰이는 물질로, 인체에는 해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팀은 모기 외의 곤충이 곰팡이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곰팡이와 유인 용기 모두 오직 모기만을 유인하도록 설계했다.

이 곰팡이는 화학 살충제와 달리 환경에 남지 않으며, 모기가 내성을 발달시키기 어려운 점이 최대 장점이다. 레저 교수는 "만약 모기가 롱기폴렌을 피하도록 진화한다면 꽃도 피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며 "모기는 꽃의 꿀 없이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회피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모기가 롱기폴렌의 향을 회피하도록 진화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면서 "이 경우 다른 꽃 냄새를 추가 생성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곰팡이의 생산과 활용도 단순하다. 메타리지움 계열 곰팡이는 닭 분뇨, 쌀겨, 밀기울 같은 값싼 부산물 위에서도 잘 자란다. 덕분에 고도의 배양 기술이 필요하지 않으며, 일반인도 쉽게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저개발국의 모기 퇴치 수단으로서 큰 강점이다.

연구팀은 모기에 대항하는 효과적인 신무기를 찾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날씨가 예측할 수 없게 되면서 질병을 옮기는 모기가 평소 서식지를 넘어 새로운 지역으로 퍼지기 시작한 까닭이다.

그만큼 피해도 커지고 있다. 모기가 옮기는 대표적인 질병인 말라리아만 해도 2023년 한 해 동안에만 83개국에서 50만 명 이상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모기로 인한 전체 사망자는 연간 약 60만 명으로 추산된다.

레저 교수는 "모기 매개 질병의 위협은 이제 열대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현재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가 연구의 주무대지만 언젠가는 북미에서도 이 기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현재 실험실 단계를 넘어 야외 시험을 준비 중이다. 실제 환경의 복잡성을 반영해 곰팡이의 방제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한 뒤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연구팀의 목표는 꽃향기 곰팡이라는 단일 기술로 모든 지역의 모기를 통제하는 것이 아닌 각 지역 상황에 맞는 다양한 방제 수단 중 하나로 제시하는 것이다. 레저 교수는 "모든 지역에서 통하는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각국이 자국의 환경과 모기 종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도구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험에서 이 곰팡이는 사람 냄새와 실제 꽃향기가 뒤섞인 공간에서도 실험실 사육 모기와 야생 모기를 구분하지 않고 90~100%의 개체를 사멸시키는 강력한 살충 효과를 발휘했다. /메릴랜드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