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李 방탄'...공소취소 압박에 배임죄 폐지 '만지작'
"대장동 1심 판결로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 명백히 드러났다" 주장 배임죄 폐지 李 혐의 '면소' 가능, "대외 명분은 재계의 오랜 숙원" 野 "기업 압박 법 만들 땐 언제고 이제와 위하는 척...명백하게 이 방탄 위한 것"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이라고 명명하며 강한 추진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추진하지 않기로 했으나 이 대통령 방탄 시도는 끝나지 않은 듯 보인다.
민주당 이용우 원내부대표는 4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 저널’에 출연해 당내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 요구가 나오는 것에 대해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르더라도 공소 제기 자체가 근거가 없다면 공소 취소하는 것은 법 절차에 따른 조치"라며 "형사소송법 요건에 정확히 부합하는 내용들이 추가로 밝혀지면 그것을 묻어두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원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1심 판결을 계기로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가 사법부에 의해 명백히 드러났다. ‘이재명 시장은 몰랐다’고 법원이 분명히 말했다"며 "그들이 만든 악의적 공소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업무상배임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대장동 민간업자 5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4일 "판결문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이 무려 390여 차례나 등장한다"며 "이는 대장동 비리의 구조적 중심이 누구였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 대통령 공소 취소 주장을 배임죄 폐지를 위한 군불 때기가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기소된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이 배임 혐의이기 때문이다.
배임죄가 폐지되면 처벌 조항이 없어짐에 따라 이 대통령은 면소 판결을 받는다.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은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8월 30일 "민주당과 정부는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구상했다"고 밝히면서 본격화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당정 협의에서 "과도한 경제형벌은 기업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소상공인까지 옥죄면서 경제 활력을 꺾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임죄"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배임죄는 기업인의 정상적 경영 판단까지 범죄로 몰아 기업 운영과 투자에 부담을 줘 왔다"며 "이 때문에 배임죄 개선은 재계의 오랜 숙원이자 수십 년간 요구돼 온 핵심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배임죄는 모호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경제 각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돼 기업과 국민들이 부지불식간에 범법자가 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기업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는 경제계의 주장을 배임죄 폐지의 근거로 삼아 왔다.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일 배임죄와 관련, "과도한 경제형벌로 작용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하려는 것"이라며 "배임죄 폐지를 방탄 입법으로 몰아가는 건 사실 왜곡이자 또 다른 정치 공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4일 "기업을 옥죄는 법을 연달아 만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기업을 위하는 척하느냐"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기업의 부담 완화가 목적이라면, 정치인 일탈에 대한 처벌은 유지하고, 기업 경영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부분만 제한적으로 수정하면 된다"며 "그럼에도 법 전체를 없애려는 것은 명백히 이재명 ‘방탄’을 위한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배임죄가 폐지되면 ‘대장동 일당’의 추징금도 ‘없던 일’이 된다"며 "김만배 등이 수백억을 들고 감옥에서 나오는 모습을 국민이 용납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