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다시 들썩…10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2.4%, 15개월 만에 최고

2025-11-04     채수종 기자
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돼지고기를 진열대에 정리하고 있다. /연합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를 기록하며 지난 1년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긴 추석 연휴에 여행·숙박 수요가 급증하고, 이례적인 잦은 비로 농산물 출하가 지연된 데다, 석유류가 작년 하락 폭이 컸던 기저 효과가 있던 점 등이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 농산물·석유류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하고 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근원물가 지표 역시 1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가 전반적으로 들썩이는 모습이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17.4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4% 올랐다. 이는 작년 7월(2.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7월 2%대를 기록한 뒤 8월 한 차례 1.7%로 둔화했다가 9월 다시 2.1%로 올라섰다. 해외단체여행비, 숙박료, 미용료 등이 포함되는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가 3.6% 올라 전체 물가의 0.72%포인트(p)를 끌어올렸다.

10월 긴 추석 연휴에 해외단체여행비, 승용차 임대료, 콘도 등 여행 관련 품목 물가가 상승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번 추석 7일 연휴는 2017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길었다. 콘도 이용료는 26.4% 급등했고, 승용차 임차료(14.5%)와 해외 단체여행비(12.2%)도 10%대 상승했다.

/그래픽=박덕영 기자

농축수산물 물가는 3.1% 뛰며 전체 물가 상승에 0.25%p 기여했다. 이 중 축산물은 5.3%, 수산물은 5.9% 올랐으며, 특히 돼지고기(6.1%)와 고등어(11.0%)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농산물도 1.1% 오르며 한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쌀(21.3%)과 찹쌀(45.5%) 등 곡물은 최근 잦은 비로 출하 시기가 지연되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

과실류(10.9%)에서는 사과(21.6%) 상승 폭이 컸는데, 이 역시 잦은 비로 사과 출하가 늦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채소류는 출하량 증가 및 전년 기저효과 등으로 14.1% 하락하며 전체 농산물 물가 상승세를 일부 상쇄했다.

석유류는 4.8% 상승하며 지난 2월(6.3%) 이후 8개월래 최고 폭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0월 국제유가 하락(-10.9%)에 따른 기저효과에 최근 환율 상승 등이 배경이다. 가공식품은 3.5% 올랐지만, 9월(4.2%)에 비해서는 상승 폭이 둔화했다.

추석 명절 할인행사와 명절 관련 식료품(부침가루·식용유 등) 가격 하락 또는 상승 폭 축소 효과로 보인다. 외식 물가는 3.0% 올라 전달(3.4%) 대비 상승 폭이 둔화했다. 일부 햄버거·피자 등 업계 세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5% 상승했다.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신선식품지수(어류·조개류·채소·과실 등)는 0.8% 하락했다. 변동 폭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해 물가 변동의 전반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근원물가 중 하나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2.5% 올랐다.

작년 2월(2.6%)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로 물가 상승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2% 상승했다. 작년 7월(2.2%)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