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철강산업 공급과잉에...'고도화 전략'으로 체질개선 준비

2025-11-04     채수종 기자
평택항에 수출용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

정부가 대대적인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공급과잉으로 출혈 경쟁 양상이 나타나는 철근 품목에 대해 과잉 설비를 조정하고,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저탄소·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을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

산업통상부는 4일 국내 철강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 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산업부는 먼저 공급과잉 품목 중 시장 자율적 조정 계획이 미진한 경우 정부가 나서서 자율적 조정 계획 도출을 위한 여건을 조성한다.

대표적인 품목이 철근이다. 연간 수입 규모가 20만t 내외로 수입재 침투율이 3%로 낮은 수준이어서 국내 생산 감축에 따른 업황 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철근은 기술력이 많이 필요한 제품이 아니어서 중소 철강 업체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데, 국내 건설 불황으로 수요가 줄고 수출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철근 생산 설비 조정 계획은 업계와 상의해 구체화할 방침이다.

공급 과잉 품목 중에서도 기업의 설비 조정 계획이 있는 형강이나 강관 같은 경우 정부가 지원한다. 현대제철은 앞서 포항 2공장에 대한 휴업을 진행한 바 있고, 동국제강도 인천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등 공급과잉이 대응하며 추가 감산 계획을 세우고 있어 정부도 기업의 자율적 생산 조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특수강·전기강판 등 품목에 대해서는 과감한 선제 투자로 미래 시장을 연다. 열연강판의 경우 1t당 80만원대지만, 특수강인 고망간강은 1t당 400만원대, 전기강판 무방향성 제품은 1t당 200만원 선에 판매되는 만큼 특수강 전환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을 지원한다.

2030년까지 조선·에너지용 극한 환경 특수탄소강을 개발해 기술력 글로벌 1위를 달성하고, 자동차, 방산, 항공 우주용 초고강도 특수탄소강 개발 등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0개 특수탄소강 분야에 2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선다. 이를 통해 현재 12% 수준인 전체 철강 제품의 특수탄소강 비율을 20% 이상으로 확대한다.

글로벌 환경 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 전환이 철강 업계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6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2050년까지 완료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본격 나선다.

철강 업계에서는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이루기까지 약 40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전환 지원 관련 내용이 철강산업 특별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하기로 했다. 수소환원제철 도입을 추진하면서 과도기 전기로, 브리지 기술로 설비를 전환하는 데 필요한 지원도 병행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기간산업인 철강산업을 지키기 위해 무역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제3국을 경유한 저가 철강 유입 등을 막기 위한 제도 강화에도 나선다.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를 공정하게 진행하면서 관세청·산업부·철강협회 등 관계기관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 불공정 수입재 단속을 강화하고,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품질검사증명서(MTC)를 의무화해 조강국과 품질 확인을 강화한다.

아울러 KS 표준 강화를 통해 철강재를 사용·가공하는 품목의 원산지 표기 대상을 철근에서 H형강, 열연·후판 등 판재류로 확대하고, 도장 강판의 도금부착량 평가를 도입하는 등 수입 제품 등에 대한 인증을 강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