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신뢰도 회복 시급… 설교, 신앙인 넘어 교양인 길러야"
신간 '목회트렌드 2026' 소개 및 기자간담회
글과길(김도인 외)에서 펴낸 <목회트렌드 2026>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2026년 목회는 ‘상식이 통하는 목회’와 ‘신앙인을 넘어 시민을 길러내는 설교’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공동 저자들에 의해 쓰여졌다. 김도인 목사(아트설교연구원)를 비롯해 이상갑 목사(산본교회), 권오국 목사(이리신광교회), 박혜정 선교사(GMP 알바니아), 김민석 교수(백석대), 박윤성 목사(익산 기쁨의교회), 박종순 목사(미국 렌초제자들교회), 김지겸 목사(오클랜드감리교회) 등이다.
대표 저자인 김도인 목사는 "강단의 설교는 신앙생활과 부흥밖에 없다. 교인이 시민 교양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설교할 능력이 없다"라며 "교인은 하나님을 잘 알고 섬기는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삶을 멋지게 살아야 한다. 시민 교양을 세상보다 더 잘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하니 교회의 사명 중 하나인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할 수 없다"라고 했다.
권오국 목사도 "그리스도인은 대한민국 국민인 동시에 하나님 나라 시민이라는 이중 시민권을 가진 자들이다. 이 정체성은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으로 살아갈 근거가 된다"라며 "설교는 성도들이 어떻게 이 땅의 시민으로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동시에,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서 세상의 가치관을 분별하고 변혁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구체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프롤로그에서 김도인 목사는 "이번 책은 목회트렌드 시리즈 네 번째 책"이라면서 "총 1.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주제인 리더십, 여성, 소그룹, 문해력을 다른다. 2부는 목회의 트랜드를 다룬다."라고 했다.
또한 이 책은 ‘목회, 그 미래는 희망이 있는가?’ ‘목회, 상식이 통하는가?’ ‘설교, 신앙인을 넘어서 시민을 길러내고 있는가?’ 등을 다루고 있다.
한편 최근 이 책과 관련해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은 좋은 시민과 좋은 기독교인 둘 사이 차이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 이상갑 목사: 우리가 보통 ‘신앙이 좋다’고 하는 상태가 정말 세상에서 바라볼 때도 좋을까요?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설문조사를 보면, 불신자들의 기독교 호감도는 9%에 불과합니다. 91%가 호감을 갖지 않고 있다는 의미인데, 그야말로 ‘폭망’ 수준이죠.
지금은 자녀가 교회 간다고 하면, 부모들이 ‘안 된다’고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예전에는 부모가 교회를 안 다녀도, 자녀들에게는 ‘교회 가라’고 했죠. 교회에 소망과 가능성이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지금은 왜 그렇게 됐는지 성찰하고 통찰할 때입니다. 그래야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교회에서 고지론(高地論)을 강조했습니다. 사회적 지위와 부(富) 등이 높이 올라가야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는, 일종의 번영신학이었죠. 하지만 그렇게 높이 올라가신 분들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기독교는 더 급격하고 빨리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상식을 벗어난 말과 행동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기독교는 상식을 존중하면서 이를 초월해야 기독교다운데, 상식은 없고 초월성도 빠져 버린다면 진정한 기독교다움이라 보기 힘듭니다.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고 하기도 힘들겠죠.
교회가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내려면, 상식을 존중하면서 설교를 통해 건강한 공공신학적 기초 위에 풍부하게 뿌리내리고 서야 할 것입니다.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날 때 다시 한번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기본적 성찰을 책을 통해 던져봤습니다.
◇ 김민석 교수: 교회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을 때 가장 많이 내거는 캐치프레이즈가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초대교회의 어떤 점 때문에 돌아가려는 것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1세기 초대교회나 한국의 초대교회를 돌아보면, 교회는 당시 지역과 함께 했습니다. 다른 종교는 산에 건물을 짓고 들어가서 수행을 하고 도를 닦고 거룩을 추구하지만, 기독교는 산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죠. 우리는 동네 안에서 함께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자꾸 우리만의 그룹에 머물고자 하는 경향이 있어요. 세상과 교제하기보다 담을 쌓으려 합니다. 세상 사람과 대화하지 않은 채 교회에만 머무는 사람을 ‘신앙이 좋다’고 여기기도 해요.
매일 예배를 잘 드리고 기도하며 교회에서 봉사하는 사람을 ‘신앙이 좋다’고 하지,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잘 섬기고, 소금과 빛 역할을 하는지는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개인의 신앙 성장과 지역사회에서의 공적 역할이라는 양 날개의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 돼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교회’의 소금과 빛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교회에서 존경받는 사람이 세상에서 지탄받고 있는, 그런 이중적 모습 때문에 비기독교인들이 교회를 싫어하는 것입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기독교인들에 대해 ‘이중적’이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적으로만 보고, 상대할 곳이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실 세상의 일반 시민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잠재적 형제 자매들’이잖아요? 그들을 적으로 여기지 말고, 오히려 다가가서 환대하고 섬기는 모습이 회복돼야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권오국 목사: 설교자는 성도들을 선교적 삶으로 초청하기 위해 세 가지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먼저 설교자의 리더십과 메시지가 변화해야 합니다. 설교자는 단순히 영적 지식을 전달하는 강사를 넘어, 회중을 세상 속 선교사로 파송하는 ‘코치’가 돼야 합니다.
둘째, 설교자는 예배와 설교를 통합해 욕망을 교정하는 영적 실천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설교는 단지 귀로 듣는 정보가 아니라, 찬양과 기도, 성찬으로 이어지는 예배 흐름 속에서 성도들의 ‘욕망의 방향’을 하나님 나라로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셋째, 설교자는 상상력을 통해 설교해야 합니다. 시인의 언어로 하나님 나라를 그려야 합니다. 딱딱한 교리 설명 대신, 성경 내러티브와 생생한 이미지, 강력한 은유를 사용해 하나님 나라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소망 있는 곳인지를 그려내야 합니다. 성도들이 설교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상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들은 그 나라를 ‘욕망’하고 그 나라를 위해 헌신하게 될 것입니다.
-여타 트렌드 도서들과 달리, 목회트렌드 시리즈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 김도인 목사: 안 믿는 분들이 ‘교인들은 상식이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하십니다. 결국 정답은 ‘설교’에서 찾아야 합니다. 목회자들이 설교에서 영적인 이야기만 하다 보니, 교회를 나가는 순간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살아갑니다. 시민으로서의 삶과 의식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올해 주제로 삼았습니다.
다른 트렌드 도서들은 그 바탕에 통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어떤 고민을 갖고 목회할 것인가가 중심에 있습니다. 실력으로 승부하고 싶어서, 홍보도 많이 하지 않습니다. 4년째 됐는데, 10년은 해보려 합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의미 있는 시도이자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드백을 좀 받으셨는지요.
◇ 김도인 목사: 현장에서 고민하는 담임목사님들이 즐겨 보신다는 말씀들을 듣고 있습니다. 저희 트렌드 시리즈가 설교를 준비할 때 좋다고 하십니다. 교회 표어를 잡을 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담임목사님들이 좋아서 추천하는 책이라고 합니다.
◇ 이상갑 목사: 저는 ‘시계와 나침반’으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한국교회 트렌드 시리즈’가 시계라면, 저희는 나침반이죠.
목회자들이 시계만 계속 쳐다보면, 조급해지고 다급해지거나 현상과 상황만 보기 쉽습니다. 하지만 목회트렌드 시리즈를 집필하면서 ‘시계보다 나침반’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는 집필하면서 회의도 많이 합니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장기적 관점에서 교회가 살아나고 회복되고 제대로 갈 수 있는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나침반으로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문제제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가야 치유와 회복이 이뤄지고 변화와 변혁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생각합니다. 목회에 대해 고뇌하고 고민하는 분들께 실질적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동성애 등에 대한 한국교회의 접근이 다소 불친절하다고 지적하셨습니다.
◇ 김민석 교수: 이런 말씀을 드리면, 동성애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저는 동성애에 찬성하지 않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개인적 자리나 논문으로 그렇게 입장을 밝히지만, 표현 방법을 다소 다르게 하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교회를 불편하게 느낀다면, 어휘나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를 다루고 논의할 수 있지만, 폭력적·강압적으로 다가서는 것은 아닐까요? 대화와 타협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죠. 우리나라는 크리스텐덤 국가가 아니고, 성경 말씀이 법률과 동일한 위치도 아닙니다. 다문화·다원주의 사회입니다. 그러니 마치 싸우자는 식의 표현으로 다가가선 안 되겠죠.
보수적이지만 합리적인 기독교인들은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이 문제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극우도 극좌도 마찬가지인데, 폭력적·혁명적 방법을 사용하려 해요. 상식과 합리성 안에서 대화하고 이끌어 가야죠. 신앙과 성경의 언어가 아니라, 그들의 언어로 ‘번역’해서 전달해야 합니다. 이는 결코 타협하자는 것이 아니며, 그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표현하자는 것입니다.
낙태나 안락사가 ‘성경에서 죄라고 한다’고 그들에게 말한다면, 그들이 귀담아 들을까요? 오히려 낙태가 여성의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약자를 위하자면서 태아와 산모 중 누가 더 약자인지 등 사회학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차별금지법도 왜 안 되는지 차분하고 겸손하게 설득해야죠.
힘들지만 그렇게 해야 우리의 뜻이 관철될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덮어놓고 ‘우리는 선하고 너희는 악하다’는 식으로 가면, 전도의 차원에서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우리 신념을 포기하고 얼버무리자는 것이 아니라,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자는 방법론적 차원이에요.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씀드리면 ‘그래서 누구를 찍으라는 건가요?’ 하면서 결론을 내려 달라고 하십니다. 카리스마적 설교를 좋아하고, 결정해주길 바라시죠. 내 생각대로만 하면 잘못 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40대만 돼도 ‘이건 이렇습니다’라고 하면, 곧바로 ‘왜요?’라고 되물어요. 설득시켜 달라는 것입니다.
세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요즘 교회에 허리가 없다는데, 다리도 없어요. 깔대기형이 되어가고 있는데, 40대 이하 세대를 다시 교회로 부르려면 합리적 언어로 설득해야 합니다.
진리는 변함이 없지만, 문화는 변하죠. ‘듣든지 아니 듣든지’ 하는 방식은 소통으로 보기 힘든 일방적 선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업에서 학생들 중 80%가 비기독교인인 가운데 기독교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교회 가자’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지만 매 학기 말이 되면 10명 정도는 ‘교회에 가보고 싶다’, ‘기독교가 궁금하다’고 해요. 젊은이들의 그런 특성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이상갑 목사: 설교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선동이 아닌, 선교적 언어로요. 변증 설교가 더 필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아이들은 일방적으로 말하면 튕겨 나갑니다. 팀 켈러 목사님의 뉴욕 변증 사역을 한국에서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회트렌드 2026> 김도인 외, 글과길, 370쪽, 2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