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장동 개입 여부 더이상 판단 유보 없어야
그동안 빙산 아래서 움직여온 대장동 사건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거의 물 위로 올라오는 것 같다. 대장동 사건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 31일 ‘대장동 5인방’(김만배·유동규·남욱·정영학·정민용)에 대해 징역 4년~8년 중형을 선고한 바 있다.
대장동 사건에서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정진상 정책실장을 빼놓을 수 없다. 1심 재판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진상씨를 사실상 공범으로 판단했다.
재판부 판결문에 따르면, "남욱이 유동규에게 준 뇌물 3억 원 중 일부가 정진상과 김용(당시 성남시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김만배를 대표로 하는 민간업자들을 선정해 주겠다는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의 결정이 김만배의 사업 주도권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대장동 사건에서 이재명·정진상에 대한 배임죄 재판은 현재 별도로 진행 중인데, 대장동 5인방 판결문(719쪽)에서 ‘이재명’은 390여 차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이 전 시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등 측근들과 민간업자들의 유착 관계를 알았는지, 사업자 선정이나 수익 분배 과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을 미뤘다.
또 "(이 전 시장이) 유동규씨나 정진상씨로부터 민간업자들이 도시개발공사 설립이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사실은 보고받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민간업자들로부터 직접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대부분 정진상과 소통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유동규씨 진술만으로 사실 관계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판단을 유보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설사 그렇다 해도 최종 사업자 선정이 이재명 시장이라는 사실은 불변이다. 다시 말해, 배임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은 그동안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이른바 ‘국정안정법’(재판중지법)이란 이름으로 대통령 재임 중 재판을 중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2일에는 이미 국회 본회의에 계류된 만큼 이번 달 내 처리도 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그런데 하루 지난 3일 돌연 지도부 간담회를 통해 이 법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위인설법’ 논란과 여론의 비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만에 하나 재판부가 국회 상황을 살피면서 ‘이재명 판단 유보’를 내린 것이라면, 국민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재판부는 법대로 ‘이재명 전 성남시장’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