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고평가 신호?…버크셔,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 중단
‘투자의 구루(스승)’로 불리는 워런 버핏(95)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버크셔)가 최근 주가 부진에도 불구하고 자사주를 전혀 매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불장’ 속에서 546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현금을 보유한 채 자사주 매입을 중단한데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시장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다. ‘가치투자 전도사’인 버핏 회장의 ‘침묵’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미 CNBC 방송 2일(현지시간) 보도와 버크셔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는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지 않았다. 버핏 회장이 지난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2025년 말 은퇴한다는 계획을 전격적으로 밝힌 뒤 버크셔 주가는 최근 6개월간 약 12% 하락했다.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지난 6개월간 약 20%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주가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주가 부진에도 자사주 매입은 전혀 실시하지 않은 반면 3분기 말 현금보유액은 3817억 달러(약 546조원)로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버크셔는 현금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 후 소각만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펴는 것으로 유명하다.
투자자들은 가치투자로 유명한 버핏의 투자 전략을 고려할 때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 중단 및 현금 비축을 미국 증시가 고평가됐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버핏은 지난 2018년 주주 서한에서 버크셔 주가가 회사의 내재가치를 밑돌거나 자사주 매입 후 회사가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에만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회사의 내재가치는 미래 이익을 반영해 추산한 금액으로, 통상 내부 정보를 가진 경영진이 가장 잘 아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같은 매입 원칙에 비춰볼 때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버핏과 버핏 퇴임후 회장직을 승계할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은 버크셔 주가가 여전히 내재가치보다 충분히 싸지 않다고 여기거나, 앞으로 위기에 대응한 회사의 현금 보유액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버핏 회장의 후계자인 아벨 부회장은 지난 2018년부터 버크셔 해서웨이의 비(非)보험 분야 전체를 관리하고 있다.
한편, 전날 공개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순이익은 307억9600만 달러로 지난해 3분기 262억5100만 달러에서 크게 증가했다. 또 버크셔 해서웨이의 영업이익은 보험 부문 실적 반등 덕분에 135억8500만 달러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