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고통

2025-11-03     오광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작가
오광조

희곡 ‘오셀로’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다. 주인공 오셀로는 악인 이아고에게 속아 넘어가 선량하고 정숙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고 질투하다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다.

질투는 시새움 질(嫉)과 샘낼 투(妬)의 합성어다, 사전에는 ‘부부 사이나 사랑하는 이성 사이에서 상대되는 이성이 다른 이성을 좋아할 경우에 지나치게 시기함.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 따위를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내리려 함’이라고 정의한다.

질투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다. 정도만 넘지 않는다면 삶의 자극이 되고 활력소가 된다. 넓게 보면 경쟁심도 질투다. 긍정적으로 발산하면 발전의 동력이 된다.

아이는 동생이 태어나 가족의 관심이 동생에게 쏠리면 질투심을 나타낸다. 어른도 질투한다. 가족·친구·동료 간에도 견제한다. 동물도 질투한다. 애완동물도 주인이 자신보다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면 방해한다.

질투는 소유욕이다. 상대의 모든 것을 독점하는 주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극심할 때 나오는 감정이다. 연인이나 배우자가 다른 이성에 관심을 보인다는 불신이 싹트면 상대를 감시한다. 전화·메일·영수증·동선까지 추적한다. 심하면 망상까지 생긴다. 자신과 상대를 지옥으로 밀어넣는다.

질투는 불안이다. 자신이 독점한 권력과 지위를 위협한다고 느끼면 대상을 제거해야 안심한다. 왕의 질투는 피를 부르고 상사의 질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나온다.

질투는 시기심이다. 자신보다 잘난 사람은 깎아내리고 비방하고 뒷말을 한다. 인터넷에는 익명의 악담이 넘쳐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 자기중심적이고 불신감이 심하고 불안정하고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이 더 쉽게 질투심을 나타낸다고 한다.

어느 시대 어느 문화나 질투는 좋지 못한 감정으로 인식된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탈무드에는 ‘질투는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도 올바로 보지 못한다’고 한다.

가끔 질투는 시든 사랑을 살리는 데 동원된다. 질투심은 지루함을 이긴다. 하지만 오래가기 힘들다. 질투로 살린 사랑은 쉽게 사그라든다.

질투는 사람이 경험하는 가장 부정적인 감정 중 하나다. 질투하는 사람은 힘들고 고통스럽다. 강한 질투는 모두를 불사른다. 연인 간 질투의 끝은 의처증 의부증이다.

질투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처음부터 생겨나지 않게 조심하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