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덕에 버텼는데...'성추문' 英앤드루, 왕자 지위 박탈

각종 스캔들에 왕자 칭호 뺏기고 관저서도 퇴거 조치

2025-11-02     문은주 기자
지난 2018년 6월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연례 군대 퍼레이드에 참석한 영국 왕실 관계자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가운데)의 왼쪽이 장남인 찰스 3세 현 영국 국왕, 오른쪽은 차남 앤드루 왕자. /AP=연합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가 자신을 보호해주던 어머니가 서거한 지 3년 만에 왕자 칭호를 박탈당했다.

1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버킹엄궁은 최근 성명을 통해 "찰스 3세가 앤드루 왕자의 칭호와 지위, 훈장을 박탈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앤드루 왕자의 왕자, 요크 공작, 인버네스 백작, 킬릴리 백작 작위와 가터 훈장, 로열 빅토리아 훈장이 박탈된다. 사실상 왕실 가계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그동안 거주해오던 윈저성 부지 내 호화 주거 시설에서도 쫓겨나는 처지가 됐다. 영국 왕자의 칭호가 박탈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영국에서는 1919년 어니스트 어거스터스 왕자가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호칭을 박탈당한 것이 마지막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 조치는 앤드루 왕자가 성추문 스캔들 등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일으키면서 영국 왕실의 명예를 손상시킨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앤드루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으로, 여러 부도덕한 행위로 사람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어머니의 비호 아래 왕실의 일원으로 특권을 누려왔다. 이에 대해 영국의 전기 작가인 앤드루 로니는 "사람들은 수년간 앤드루 왕자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왔지만 아무런 대책도 취해지지 않았다"며 "여왕도 차남에 대해서는 강한 애정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왕자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갖가지 의혹들이 나왔지만 여왕의 총애 덕분에 바닥까지 추락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22년 여왕이 서거한 이후 형이 왕권을 물려받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왕실 내 비호해 줄 만한 사람이 없어진 데다 12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찰스 3세 국왕과도 친밀한 관계가 아니어서다. 여기다 최근 앤드루 왕자가 이른바 ‘엡스타인 스캔들’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대책을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 엡스타인 스캔들은 억만장자인 제프리 엡스타인이 지난 2004년까지 10년간 미성년자의 대상의 성범죄를 벌인 것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을 말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차기 영국 왕위 계승자인 윌리엄 왕세자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장남인 윌리엄 왕세자가 자신의 왕실 통치를 염두에 두고 미리 삼촌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해왔다는 것이다. 앤드루 왕자는 현재 왕위 계승 서열 8위다. 영국 정치권에선 왕자 칭호 박탈에 이어 왕위 계승 서열에서도 앤드루 왕자를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존 트리켓 노동당 의원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상상할 수 없는 가족적 비극이 발생할 경우 앤드루가 왕위를 계승할 수 있다"며 "영국 국민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에 그가 계승 서열에서 완전히 제외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앤드루 왕자를 왕위 계승 서열에서 제외하려면 의회의 법안 통과와 함께 14개 영연방 국가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