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냉각·보안' 다 갖춘 우주에 AI 데이터센터 짓는다
'스타클라우드'의 놀라운 프로젝트
이번에 열린 경주 APEC에서 2030세대들 관심의 대상은 단연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었다. 이재용·정의선 회장과 함께한 치맥 회동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최첨단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화제의 중심이 됐다. APEC을 계기로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AI 거물 기업들과 협력이 구체화하면서 국내에도 AI 데이터센터가 대거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이미, 땅이 아닌 하늘에, 지구가 아닌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스타클라우드의 11월 프로젝트
AI시대에 가장 중요한 심장은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중요한 것은 공간·냉각·보안 세 가지다. 현재는 드넓은 사막에 건설하거나, 평야나 지하에 건설하는 것이 우리의 선택지다. 하지만 점점 상상력을 넓혀 바닷속으로 또는 달 표면 그리고 우주공간에 데이터센터를 띄우는 계획을 하고 있다.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발상은 황당하기는 하지만 데이터센터 건설의 필요충분조건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솔루션이 맞긴 하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가장 중요한 공간·냉각·보안에 있어, 우주에 있으니 공간 제약이 없고 냉각도 필요 없으며 물리적인 접근이 불가능에 가까우니 보안도 챙길 수 있다.
이런 황당무계한 계획을 한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혹시 사기가 아닌가 싶어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는데 찾아볼수록 신빙성과 기대감만 생겼다.
이 황당하고 SF스러운 계획을 세운 회사는 스타클라우드(Starcloud)로 엔비디아와 Y콤비네이터(미국의 전설적인 스타트업 멘토링 업체) 같은 유명 대기업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CEO이자 공동창업자인 필립 존스턴은 금융과 공학 관련 놀라운 스펙을 지니고 있었고, 공동창업자 겸 최고 엔지니어는 스페이스X 출신이다. 대부분의 팀원은 스페이스X나 NASA(미국항공우주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엔지니어들이다.
데이터센터 핵심 공간·냉각·보안 탁월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11월 중에 엔비디아 H100을 탑재한 위성 데이터센터를 궤도에 올리는 것이다. 말 그대로 우주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단 우주공간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생기는 이점부터 설명하자면, 가장 큰 장점은 24시간 중단 없는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운영비용이 무조건 이득이다. 우주에는 대기나 구름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태양 에너지를 직접 받을 수 있으니 지상 대비 5배 높은 에너지 생산 효율이 있다.
냉각에도 이점이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는 것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데이터센터 열을 많이 빼줘야 값비싼 장비가 열에 의해 손상되지 않고 동시에 가동 효율도 올라간다. 그래서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현재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값비싼 냉각수에 장비 전체를 담그는 수냉식 냉각이나, 에어컨을 이용하는 공기 냉각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우주로 가면 냉각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복사 냉각과 자외선으로 열을 전부 날려버리면 끝난다.
나만의 독립적 AI, AI주권 가능
데이터센터가 우주에 있어 가능한 또 다른 점은 우주정거장에서 생성되는 엄청난 양의 원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궤도 위성이라 하더라도 지구까지 왕복 거의 1천㎞가 넘는다. 우주 데이터들을 지구에서 쓰는 데 당연히 지연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주 데이터센터에서는 ‘현장에서’ 이 데이터들을 빠르게 추론할 수 있다.
또 스타클라우드에 따르면, 지구의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데이터 주권을 가질 수 있다. 현재 지상의 데이터들은 모두 각국 정부의 법률 규제를 받고 있다. 누군가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데이터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주는 그런 규제가 없다. 말 그대로 치외법권이다. 이 말을 반대로 하면 어떤 정보에도 제어되지 않는 나만의 데이터 주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완전히 독립적인 AI를 내가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비용 커도 결국 경제적 대안
규모 자체도 경이롭다. 스타클라우드에서 공개한 상상도를 보면 정중앙 작은 것이 5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이다. 저 네모난 컨테이너에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H100이 가득 들어있다. 그것이 데이터센터 본체이고 전력을 공급할 태양열 패널이 가로 세로 4㎞가 넘는다. 말도 안 되는 스케일이다.
그렇다면 가로 세로 4km 어마어마한 크기의 엄청난 태양광 패널을 어떻게 우주로 쏘아 올릴 것인가. 올렸다고 해도 설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스타클라우드가 실제로 추산을 해봤을 때 운반비만 대략 35조 원 이상 들어가고 150번 이상의 로켓 발사가 필요하다. 여기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등장한다. 예전에 팔콘 9 로켓 발사 비용은 1kg당 대략 2천 달러 수준이었는데, 재사용 가능한 로켓이 된다면 비용은 1kg당 100달러 이하로 획기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결국 발사 비용이 압도적으로 줄어들면 우주 저궤도의 데이터 클라우드를 만드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초기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데이터센터는 계속 전력을 엄청나게 먹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주 데이터센터가 경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스타클라우드의 주장이다.
우주 쓰레기 양산 우려도
그렇다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우주에 쏘아 올리고 설치까지 한 후 어떻게 유지보수를 할 것인가. 데이터센터를 관리하고 유지 보수하는 데 계속 비용이 발생하는데, 우주정거장처럼 사람이 365일 근무해야 되는 것인가.
만약 핵심 제어 장치나 전력공급망 같은 것이 끊어지거나 고장 나면 말 그대로 몇조짜리 우주 쓰레기를 지구의 저궤도에 띄우는 것이 된다. 우주 쓰레기들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은 지금도 골치아프다. 불과 얼마 전 미국 항공기가 고도 1만972m 상공에서 우주 쓰레기에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종사는 피투성이가 되고 앞유리는 박살 났다. 천만다행히도 무사히 비상착륙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매우 위험한 순간이었다.
캐슬러 신드롬이라는 말도 있다. 캐슬러 신드롬은 우주 쓰레기 하나가 인공위성과 충돌하고 그 파편이 또 다른 위성과 충돌했을 때 연쇄적인 충돌을 일으켜 결국에는 이 지구 저궤도가 전부 다 쓰레기로 덮인다는 주장이다.
스타클라우드가 주장하는 우주 데이터센터 규모는 무려 4kmX4km 수준이다. 면적이 크다 보니 우주 쓰레기와 부딪히게 될 확률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우주 쓰레기를 양산하는 시설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최근 미국에 짓고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를 보면 후일 스타게이트 2.0이 우주에 지어지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결국 초월적이면서 범우주적인 지능이 지구뿐 아니라 우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데이터센터를 우주에 쏘아 올리고, 거기에 인공지능까지 독자적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그들만의 문명을 만들게 되지는 않을까. 마치 로봇과 인류의 전쟁을 다루는 SF영화의 도입부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