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인프라 전쟁 속 ‘데이터센터 허브’로 급부상

2025-11-02     채수종 기자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빅테크들과의 협력 구체화로 국내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연이어 들어선다. 특히 엔비디아가 우리나라에 최첨단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국내 컴퓨팅 인프라 환경이 ‘빅뱅’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WS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리현동 일대에 80MW 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운영사 AWS가 국내에 세우는 세번째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AWS는 현재까지 한국 클라우드 인프라에 5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2031년까지 국내 총 투자 규모가 12조6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앞서 AWS와 SK그룹은 지난 6월 약 7조원을 투자해 1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대표는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AI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했다"며 2031년까지 인천·경기 일대 신규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50억 달러 이상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WS는 이번 투자가 SK그룹과 추진 중인 울산 AI 테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울산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액 5조7000억원을 제외하면 인천·경기 일대에 1조3000억원이 투자되는 셈이다. AWS는 지난해부터 인천 서구 가좌동에 100MW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오픈AI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들어간다. SK그룹은 지난달 초 오픈AI와 한국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SK그룹·오픈AI 데이터센터는 광주광역시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2030년까지 총 5만장 규모의 AI 인프라를 목표로 추진 중인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에 삼성SDS 컨소시엄이 단독 입찰하면서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광주가 아닌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 부지를 점찍으며 광주 지역 민심이 크게 동요한 바 있다. 정부는 입찰자인 민간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다.

AWS·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와 연합하는 데이터센터 구축뿐 아니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밝힌 블랙웰 GPU 26만장 공급 계획은 우리나라의 컴퓨팅 파워에 대도약을 가져올 사건이다. 엔비디아는 향후 삼성과 SK그룹, 현대차그룹, 정부에 각각 최대 5만개의 GPU를, 네이버클라우드에 6만개의 GPU를 공급한다. 현대차그룹이 블랙웰 5만 장으로 구성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엔비디아 H100 12만장을 보유한 테슬라와 비슷한 AI 연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확보량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3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도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정민 SK브로드밴드 AI데이터센터(AIDC)기획본부장은 지난 30일 열린 3분기 SK텔레콤 실적 발표에서 "서울 구로 지역에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라며 APEC에 온 글로벌 빅테크 관계자들과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서울의 전력 수급 상황 등으로 미뤄 SKT의 구로 데이터센터가 50MW 이하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LG유플러스는 202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경기도 파주시에 신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며 기존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인 평촌 2센터의 2·3단계 증설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