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타고 새 역사...영업익 '10조 클럽' 입성

2025-10-29     채수종 기자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분기 이익 ‘10조 클럽’에 입성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연합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에 1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기업 중 두 번째로 ‘10조 클럽’에 입성했다. 전체 D램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발생한 가운데 글로벌 인공지능(AI) 훈풍에 힘입어 당분간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1조383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1.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9일 공시했다. 매출은 24조448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9.1% 증가했다. 순이익은 12조5975억원으로 119%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초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사상 최대 실적의 일등 공신은 HBM이다.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출하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절반이 넘는다. HBM은 범용 D램보다 가격이 약 5배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높은 수익성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률 47%를 기록했다.

/그래픽=박덕영 기자

작년 1분기 23%였던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42%, 2분기 41%에 이어 3분기 47%로 꾸준히 상승세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SK하이닉스가 62%를 차지했으며 이 같은 흐름은 3분기에도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들과 내년 HBM 공급 협의를 모두 완료하고 출하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HBM 중심의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당분간 굳건할 전망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포함해 앞다퉈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올해 글로벌 HBM 시장은 전년 대비 107% 증가한 382억달러로, 내년 HBM 시장이 500억달러 규모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HBM 투자 확대에 따라 상대적으로 생산능력이 제한된 범용 D램과 낸드 플래시의 가격도 상승세를 탔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0.5% 오른 6.3달러로 집계됐다.

DDR4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6달러를 넘어선 건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10.6% 오른 3.79달러를 기록해 9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AI 인프라 확대에 범용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며 반도체 슈퍼 사이클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에는 HBM4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됨에 따라 HBM4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