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국의 컬처&트렌드] 오아시스에 등돌린 영포티
지난 21일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가 고양시 종합운동장 5만 5000명 규모 전석을 매진시키며 현역임을 과시했다.
오아시스는 1994년 첫 앨범 ‘데피닛틀리 메이비’로 스타덤에 올랐고, 총 7장의 정규 음반을 모두 영국 차트 1위에 올리면서 세계적으로 75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오아시스는 자유와 젊음을 노래했다. 대표곡 ‘왓에버’(1994)에서 "난 무엇이든 될 수 있어…(유행이 지난) 블루스라도 내가 좋으면 부를 거야"라고 외쳤다. 메인 보컬 리암 갤러거는 억지로 멋을 내려 애쓰지 않고, 운동복을 입고 무대에 섰다. 거짓과 위선이 보이면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독설을 퍼부었다.
딥 퍼플, 유라이어 힙 등 노장들의 내한공연은 퇴근하고 공연장으로 바쁘게 달려온 중년 관객들로 북적였다. 그들의 음악을 사랑했던 청년들이 중년이 돼서도 의리를 지키고, 남은 자리는 소문 듣고 온 젊은이들이 채우는 식이다. 오아시스의 ‘돈 룩 백 인 앵거’(1996)와 ‘원더월’(1995)에 열광하던 청소년들이 40대 이상이 됐으니 이번 공연도 그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연령별 예매율은 10대 7.7%, 20대 55.5%, 30대 28.7%, 40대는 고작 5.2%에 그쳤다. 오아시스와 멀어진 ‘영포티·피프티’가 많아진 탓일까.
영포티·피프티는 주로 중년 남성들이 어설프게 젊은이들 옷차림과 행동을 흉내내면서, 기성세대로서 이권은 다 챙기는 위선을 조롱하는 신조어다. MZ세대 좇아가느라 자신들 세대 음악을 버린 걸까.
요사이 젊은 여성들에게 추근대는 영피프티 출입을 제한하는 LP 바(음악감상실)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부끄러운 선배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