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무리수 또 확인...120장 PPT, 230쪽 의견서도 허사

박성재 전 법무 영장 기각...국무회의 무음성 영상도 증거 안돼 특검 주장, 형식적 국무회의라고 한 헌재 판결과 배치 국민의힘 정당 해산 청구 등 민주당 공세 약발 떨어져

2025-10-15     조남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가담’ 혐의로 특검이 신청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15일 새벽 법원에서 기각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 전 장관의 영장까지 기각되면서 내란특검팀의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건희 특검 조사 후 유명을 달리한 양평군 공무원 사망 사건으로 과잉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내란특검의 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특검의 무리수가 다시 확인되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의 상당성(타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수사 진행, 피의자 출석 경과 등을 고려하면 도주·증거인멸의 염려보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앞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9일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공모·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단순히 계엄을 방조한 것을 넘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순차적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로 돌아와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 당시 회의에는 법무부 실·국장 등 10명이 모였는데, 이 자리에서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날 심사에서 230쪽 분량의 의견서와 120장 분량의 PPT 자료 등을 토대로 구속 수사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내란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을 했을 뿐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특검에 맞섰다. 이런 가운데 법원은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하여 박 전 장관의 손을 들어주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기각이 되더라도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정도는 돼야지 구속의 타당성이나 증거 인멸·도주 우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한 건 한 마디로 특검 수사가 굉장한 무리였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앞서 공개된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한 전 총리와 일부 국무위원들이 내란 공모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국무회의 영상은) 3급 국가기밀이고, 그래서 한덕수 전 총리 때 CCTV 공개가 안 된 것"이라며 "그나마도 음소거가 되어 있어 한 전 총리나 장관들이 동조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특검이 한 전 총리와 국무위원들이 ‘내란’에 동조했다고 하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한 헌법재판소 결정과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국무회의가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는데, 특검은 국무회의에서 총리와 장관들이 적극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건 모순이라는 이야기다.

박 대변인은 "특검이 아무 증거나 갖다 붙이다가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만일 국무위원들이 계엄에 공모했다는 특검의 주장이 인정된다면 윤 대통령 재판에서는 국무회의의 형식적 요건은 문제 될 수 없는 것"이라며 "특검이 모순된 주장을 하니 법원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특검의 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등의 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따라서 전날 국감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답변을 유도해 낸 민주당의 공세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