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인류] 유리창이 곧 안테나, KCC의 스마트 글라스
KCC라는 회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낯익다면 낯익지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회사이다. 현대가 계열의 유리·페인트 회사로만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인들은 이 회사 제품을 접해봤을 것이다. 국산 자동차의 유리는 거의 모두 KCC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KCC를 언급한 이유는 이 회사가 단순히 유리와 페인트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차세대 스마트 글라스 기술의 혁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KCC에서 LG전자와 함께 투명 안테나를 개발했다. 투명 안테나는 차량의 유리에 부착되거나 삽입되는 투명한 필름 타입 안테나를 말한다. 최근 위성통신 등장에 따라 앞으로 더욱 주목받게 될 기술이라고 예측해 본다.
스마트 글라스에 대해 설명하려면 먼저 안테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옛날에는 차에 달린 라디오를 틀면 자동차 앞쪽 바깥으로 슬며시 올라오는 안테나가 있었다. 그런데 이 안테나가 어느 순간 말도 없이 사라졌다. 현재는 샤크핀이라는 상어 지느러미를 닮은 공기역학적인 모양의 안테나로 변형되어 대부분 자동차 지붕 뒤쪽에 달려 있다.
차량 안테나는 차 안에서 무선으로 하는 모든 행위에 필수적이다. GPS도 하고, 과거 DMB 방송을 보는 것도, 차량 내부 블루투스 등 스마트폰의 원격 기동, 문 잠금, 열림 등 무선으로 하는 모든 기능은 이 안테나를 통해 신호를 송수신 하는 것이다. 통신이 잘 되지 않는 곳에 진입하면 위성통신을 연결해 인터넷과 전화를 하고 다른 차량 또는 사물과 교신하는 것도 안테나의 역할이다. 그리고 미래의 자율주행에 필수인 것이 안테나이다.
요즘 차량의 디자인 추세는 안테나를 숨기는 것이다. 옛날의 쇠꼬챙이(?) 안테나에서 샤크핀으로 줄었고, 아예 더 숨기는 추세로 가고 있긴 하다. 대표적으로 테슬라 차량을 보면 안테나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특허를 살펴보면 차량 정면 룸미러나 차량 유리와 기구의 접합부에 교묘하게 숨겨 놓았다.
그냥 그렇게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닌가, 굳이 투명 안테나를?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테나가 어떤 물체에 가려져 있다면 전자파 방해를 받아 통신이 잘 안된다. 외관상의 이유와 공기역학적 이유 같은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 바로 유리 안테나이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말고, 이 기술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가 어디일까? 바로 건축 분야이다. 6G 시대가 도래하면 전파의 짧은 도달 거리를 보완하기 위해 창문 자체가 중계기 안테나 역할을 하는 ‘지능형 표면’ 기술이 필수적이다.
가끔 건물 위를 보면 안테나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흉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미관상의 문제와 함께 통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고 거부감이 없는 것은 유리창이다. 건물이나 가정집 유리창에 전기가 흐르는 패턴을 새겨 전파를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거나 투과손실을 줄여 통신 음영지역을 없애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집안에 통신 사각지대가 없는 스마트 홈으로 더 다가가는 것이다. 다음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통신이고 그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안테나이다.
스마트 글라스는 국내 통신 3사에서 이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다. 5G도 아직인데 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언젠가 다가올 6세대 통신에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GPT나 테슬라의 자율주행도 없을 때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없으면 불편하다. 유리 안테나 및 스마트 글라스 또한 멀지않은 미래에 우리 삶에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