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北, 美 본토 타격 가능 3國 중 하나"…연이은 북한 편들기 ‘논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평화적 두 국가론’에 이어 "북한 핵 능력을 인정하자"며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내놨다. 정부 내에서도 북핵 문제를 다루는 부처의 수장이 대놓고 북한 편들기에 나선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독일을 방문 중인 정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이 스스로 전략국가라고 말하는데 전략적 위치가 달라졌다"며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 중 하나가 돼버렸다. 냉정하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은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핵 포기 불가’ 방침을 선언한 상황과 오버랩되면서 정부가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 인정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정 장관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직후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이 ‘미국 측이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말한 사실을 언급하며 "당시 스몰딜이 성사됐더라면 핵 문제 전개 과정은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이 발언 또한 김 부상이 유엔총회에서 언급한 "우리는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용인하는 듯했다. 정 장관은 지난 25일 언론 간담회에서도 "정보기관 추정으로는 북한의 90% 이상 고농축우라늄(HEU) 보유량을 2000㎏까지 추정한다"고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남북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취임 이후 통일부의 북한 주민 접촉 제한 지침을 폐지하고 개성공단 재가동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등 연일 대북 유화 행보를 보여온 정 장관에 대해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그의 발언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북한 ICBM 기술력에 대한 평가와도 엇갈린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대한민국 투자 서밋’에서 "핵폭탄을 싣고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ICBM 개발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재진입 기술은 1만 도에 가까운 고온에서도 문제 없이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 난도가 높아 군 당국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독일 통일기념일 행사와 2025 국제한반도포럼(GKF) 등에 참석하기 위해 5박7일 일정으로 독일과 벨기에를 방문 중인 정 장관은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공든 탑을 쌓기 위해 땀 흘리며 애쓰는데 보수정권만 들어섰다 하면 허문다"며 보수 정부의 통일 정책을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정 장관은 지난 18일 열린 ‘2025 국제 한반도 포럼’에서 "한반도에서 평화적 두 국가 실현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과제는 아니다"라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사실상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전환하는 것이 남북 적대성 해소의 대안"이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 장관의 일방적인 대북 유화 제스처에도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 김 부상의 유엔총회 연설 당시 한국 측에선 김상진 주유엔 한국 차석대사 등이 배석했지만, 이 대통령의 연설 땐 북한 측에서 아무도 배석하지 않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