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은 여전히 ‘전화 오픈런’…‘국정자원 화재’ 여파 계속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망 마비 후 첫 평일인 29일 행정 현장에서는 여전히 시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었다. 정부24 등 먹통 상태였던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가 29일 오전부터 순차적으로 재가동되면서 복구 서비스가 계속 늘고 있으나 복구율은 아직 10%에도 못 미친 탓이다. 또한 이런 소식이 바로 알려지지 않은 데다, 온라인에 대한 불안감으로 시민들이 아침 일찍부터 행정기관 등을 직접 찾아 혼란을 빚었다.
특히 전국 화장시설 예약 서비스인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접속이 막힌 가운데 유족과 장례식장 직원들은 화장을 예약하기 위해 화장장에 일일이 전화를 돌리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빈 자리가 있다고 하면 고인의 이름으로 가예약을 걸어둔 뒤 이메일이나 팩스로 접수 신청서와 사망진단서를 보내 간신히 예약을 확정하는 예전 방식으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 직원은 "장례식장에서만 24년 일하면서 전화로 화장장 예약하기는 20여년 만인 것 같다"며 "장례식 치르는 유족들에게 화장 접수 신청서를 수기로 써 달라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토요일 빈소를 차린 서울 강서구의 상주 강모(41) 씨는 "장례식장 직원과 함께 화장장을 찾고 있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며 "발인을 늦추고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애를 태웠다.
이번 화재 사고는 하필이면 금요일에 나면서 주말 사이에 여러 공공서류 민원을 처리해야 했던 시민들이 낭패를 봤다. 무엇보다 주민등록등·초본과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발급받는 온라인 민원발급 사이트인 정부24와 시내 곳곳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가 먹통이 되면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10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모바일 신분증도 부분적으로 장애상태가 이어졌다. 실물 신분증을 소지하고 다니지 않는 이들은 편의점과 공항, 항구 등에서 난처한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무인민원발급기에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던 김모(62) 씨는 "부동산 가계약으로 인감증명서를 뽑아서 오늘까지 위임장을 보내야 하는데 아직 안 되고 있다"며 "참으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비스가 중단됐던 우체국 택배·금융 서비스가 일부 정상화된 가운데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도 있었다. 한 자영업자는 "우체국 택배를 이용해 왔는데 일부 복구됐다고 하지만 냉장 택배는 안 된다고 하니 비싸더라도 편의점 택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온라인상거래 셀러들도 명절을 앞두고 배송 차질이 곧 매출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는 한 셀러는 "추석 연휴에는 선물용 수요가 많은데 택배를 제때 보내지 못하면 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일부 서비스가 복구됐다고는 하지만 예상대로 배송이 이뤄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