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산망 마비…서울 곳곳에서 시민 불편 이어져

은행권, ‘주민등록증’ 통한 본인 확인안돼 시민들 불편 우체국, 본인 확인은 했지만 우편·소포 배송 지연 예상 정치권, 네 탓 공방 이어가…정부 "한시적 수수료 면제"

2025-09-29     신지훈 기자
29일 국정자원 화재로 민원대란이 예고된 첫 평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입구에는 사용 가능한 신분증 종류를 알리는 공지문이 붙었다. /신지훈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된 뒤 맞은 첫 평일, 주민센터·은행·우체국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불편과 혼란이 이어졌다. 대혼란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신분 확인과 민원 처리 과정에서 차질을 겪었고, 금융거래와 우편업무에서도 상당한 제약이 발생했다. 정치권은 책임을 두고 상반된 목소리를 내며 대응책을 촉구했고, 정부는 수수료 면제 등을 통해 민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주민센터는 일시적으로 무인발급기가 정상 작동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오전 10시 전후로 시스템이 복구돼 서류 발급은 가능해졌다.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은 “직장 업무시간에 잠시 나왔는데, 괜히 두 번 와야 할까봐 불안했다”면서도 “하지만 서류를 문제없이 발급받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주민센터보다 혼란이 더 컸다. 은행은 주민등록증을 통한 본인확인이 불가해 일부 고객들은 계좌 개설 등 업무를 해결하지 못했다. 은행 입구에는 ‘신분증 사용 제한’ 안내문이 붙었지만 이를 미처 파악 못한 고객들이 발길을 돌렸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여·37세)는 “주말에 뉴스를 봤을 때 모바일 신분증 사용이 먹통됐다고 들었다”면서 “(오늘 현장에선) 오히려 실물 주민등록증이 안 되고, 모바일 신분증이 된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은행이 신분증을 통한 본인확인까지 가능하게 제작·도입한 AI ATM기기에서도 본인 확인 절차가 작동하지 않아 기기는 고장이 난 듯 멈춰 이용자들의 불편함을 초래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에서 도입한 AI ATM기기가 신분증을 통환 본인 확인을 못하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신지훈 기자

반면 우체국은 다른 방식으로 신원 확인을 대체하며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려 했다.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을 ‘1382’ 번호를 통해 진행해 시중은행보다는 비교적 원활하게 업무가 이어졌다.

그러나 우편과 소포 배송은 지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의도의 한 우체국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현재까지 큰 차질은 없지만 평소와 같은 기간 내 배송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사전 고지를 하며 접수를 받았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두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13조 원의 현금을 살포하는 포퓰리즘 정책 대신, 그 돈으로 대한민국의 디지털 인프라를 완전히 새로 구축하라”며 “현금은 쓰고 나면 사라지지만, 제대로 된 디지털 인프라는 영구적 자산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대 정부의 안일함과 실책이 누적된 총체적 결과”라며 “재난·경제·안보 앞에선 초당적 협력이 마땅하나 국민의힘은 장관 사퇴부터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불편 완화를 위해 긴급 대책을 내놨다. 행정안전부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주민등록표 등·초본과 인감증명서 발급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주민센터 민원창구를 방문하면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으며 이 조치는 필요 시 연장도 가능하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9일 낮 12시 기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 중 62개가 복구됐다고 밝혔다. 오전 10시 기준 55개에서 7개 늘어난 것으로, 과기정통부 재난방송온라인시스템, 인터넷우체국, 조달청 나라장터 대금결제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서비스 재개 현황을 네이버·다음 등 포털을 통해 실시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