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대통령' 파월 연준 의장 후임 경합 시작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자리를 놓고 경합이 시작됐다. 현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가 내년 5월까지로 아직 6개월도 더 남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으로 일찌감치 후임 경쟁이 시작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시카고대 부스 비지니스스쿨과 진행한 경제학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응답한 44명 가운데 82%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월러 이사를 가장 선호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의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20%에 그쳤다.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가장 유력한 차기 의장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었다. 해싯 위원장을 꼽은 비율이 3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월러 이사와 스티븐 마이런 신임 연준 이사가 각 20%로 다음으로 많았다. 마이런 이사를 차기 의장으로 선호한다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다. 마이런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후임으로 지명한 인사다. 임기인 내년 1월31일까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직을 휴직하겠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장악’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FT는 "경제학자들이 원하는 인물과 실제로 의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인물 사이의 괴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가한 강력한 압박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가 1%보다 낮아야 한다고 연준을 거듭 압박해왔다. 성장을 촉진하고 연방 정부의 차입 비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거부하는 파월 의장을 "멍청이", "바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연준은 고용 둔화 지표가 넉 달째 지속되자, 기준금리를 4.0~4.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재개한 것이다. 이 회의에서 마이런 이사는 0.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연준 이사 12명 가운데 11명이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한 반면 마이런 이사만 다른 의견을 낸 유일한 반대자였다.
월러 이사는 지난 7월 회의에선 0.25%포인트 인하를 지지한 반대자 2명 중 한 명이었지만, 이달 회의에선 마이런 이사가 주장한 0.5%포인트 인하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존스홉킨스대 로버트 바베라는 "월러는 연준 의장직을 위해 아부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중앙은행가처럼 보인다"며 "바로 그 점이 그가 의장이 되지 못할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베팅 시장에서는 월러 이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며, 해싯 위원장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연준 이사 케빈 워시, 해싯 위원장, 월러 이사를 선호하는 후보로 지목한 바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으로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시도하면서 연준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했다. 쿡 이사는 혐의를 부인하며 해임 조치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