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기의 듣는 인간 Homo Auditus] (91) 전략적 듣기

2025-09-28     박인기 경인교대 명예교수·한국독서학회 고문
박인기

한 분야에서 생겨난 특정의 말(용어)이 다른 분야로까지 확장되면서 그 말의 쓰임이 다변화한다면, 그 말은 시대의 생태와 맞는 어떤 의미 자질을 안으로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 ‘전략’(strategy)이란 말이 바로 그러하다.

‘전략’은 본래 군사학에서 생긴 말이다. 큰 규모의 전쟁 수행과 관련한 대단위의 군사적 기획을 전략이라 했다. 그런데 오늘날 전략이라는 말은 군사학의 울타리를 벗어난 지 오래다. 경영학에서는 전략이란 말이 다반사로 등장한다. 행정학에서 ‘정책’은 ‘행정의 전략’이란 의미로 읽힌다.

교육학도 전략의 홍수 속에 있다. 교수자가 학습자를 가르치는 방향이나 방법을 ‘교수 전략’(instructional strategy)으로 말해온 지 오래다. 배우는 쪽에서는 당연히 ‘학습 전략’(learning strategy)을 운위한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효과를 얻으려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틀렸다고 할 수 없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듣기 교육은, 듣기 능력을 기르기 위해 여러 가지 목표나 성취 기준들을 국가 교육과정에 명시하고, 그에 맞는 교육 내용과 교육 활동을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내용과 방법을 일괄하는 듣기 교육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학생들에게 ‘전략적 듣기 능력’을 길러주라는 것으로 집약된다.

전략적으로 듣는다는 것은 그냥 수동적 듣기(hearing)가 아니다. 목표·의도·상황을 고려해 계획적으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반응하기 위해 듣는, 적극적 인지 행위를 의미한다. 즉 ‘전략적 듣기’는 의사소통, 문제 해결, 협상, 관계 형성 등을 성공하기 위해 듣기를 전략으로 쓰는 행위다. 따라서 대단히 목적 지향적인 행위다.

그런데, 이런 듣기 활동만이 듣기 교육의 전부일까. 학교의 듣기 교육이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전략적 듣기 역량, 그 너머에는 어떤 듣기 역량이 있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