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재정 투명성과 조직 정상화 반드시 이룬다"
고경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25일 조직의 재정 투명성과 운영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고 대표회장은 한기총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고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신뢰 회복을 목표로 한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고 대표회장은 먼저 한기총의 재정 운영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 2월 취임 이후 사단법인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투명한 재정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임원들조차 재정 내역을 알 수 없는 비정상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취임 직후 재정 상태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1억 5700여만 원의 마이너스 통장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운영비와 급여 미지급분까지 더해져 사실상 적자 상태로 출발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사무총장과 비서실장 급여가 수 개월간 미납된 상태였음에도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아는 임원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 대표회장은 또 "김현성 대표회장 직무대행 때 사무총장의 월급이 300만 원으로 알고 있었는데 전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님 때 500만 원이 되고 현재는 650만 원이 됐으며 이외에 접대비, 비공식 홍보비 등이 있는 것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모든 지출과 수입 내역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임원회와 실행위원회뿐 아니라 회원 교단들도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재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3일 제36-6차 임원회에서 결정된 김정환 사무총장 면직에 대해 고 대표회장은 "정관과 법률 자문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사무총장의 임기 및 직무 수행 과정에 법적 문제가 드러났다"며 면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사무총장의 임기와 관련해서도 "2025년 7월에 만료된다는 해석과 이미 종료되었다는 해석이 공존했으나 두 법률 자문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대표회장에게 임명권과 해임권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회장 개인이 아닌 조직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향후 인사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고 대표회장은 감사 제도 문제도 정면으로 지적했다. 한기총 정관에 따르면 "감사의 임기는 1년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일부 감사가 5년째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법무법인에 자문한 결과 임기 종료 이후의 감사 활동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는 정관에 따라 매년 새로운 감사를 선출하고 원칙대로 감사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면서 "감사가 원칙을 지키지 않고 관행에 머무른다면 조직의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며 감사 인선의 원칙 준수를 약속했다.
아울러 그동안 대표회장이 독단적으로 임원을 임명해왔던 관행을 비판하며, 인사위원회 신설 방안을 제시했다. 고 대표회장은 "대표회장이 위원장이 되고 증경 회장과 명예 회장 등 6인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가 임원을 공정하게 선출하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정 개인이 권한을 독점하지 않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이 제도가 실행된다면 교단 간 신뢰가 회복되고 회원 교단 모두가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고 대표회장은 인터넷상에 확산된 ‘5억 원 요구설’ 등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는 "AI로 조작된 허위 녹취일 가능성이 크다. 허위사실일 경우 즉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도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기총 이름으로 한국교회 앞에 공식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한국교회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고 대표회장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개혁을 밀고 나가겠다"며 "한기총은 특정 개인의 조직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공적 기관이다.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회원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로 나아가겠다"고 호소했다. 더욱이 "한국교회가 한기총을 통해 다시 연합과 신뢰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저부터 먼저 내려놓겠다"며 교계의 협력을 당부했다. 덧붙여 "한기총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끊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분수령"이라며 개혁을 위한 핵심 정책들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교계 안팎에서는 긍정과 우려가 교차했다. 한 관계자는 "한기총이 오랫동안 재정 불투명과 권한 집중 문제로 신뢰를 잃었는데 이번 발표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새 출발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인사들은 "개혁안이 실행되려면 실행위원회와 회원 교단들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