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마트팩토리 설비도 관세채비…韓 대미투자 부담 커지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첨단 ‘스마트 팩토리’ 핵심 요소인 로봇과 자동화 산업기계를 대상으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국가 안보 영향 조사에 들어갔다. 자동차, 철강처럼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추가 관세를 부과할 필요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미국 정부가 로봇과 산업기계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대규모 대미 투자로 현지에 자동화 설비를 대량 구축하려는 한국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24일(현지시간) 관보에서 지난 2일부터 로봇과 산업기계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로봇과 컴퓨터로 제어하는 기계 시스템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절삭·밀링·프레스 등 부품 가공 작업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컴퓨터 시스템으로 ‘기계를 만드는 기계’로 불리는 컴퓨터수치제어기(CNC), 자동차 제조 공정에 널리 쓰이는 스탬핑·프레싱 장비, 절단·용접기, 금속 처리 장비 등이 포함된다. 전반적으로 첨단 자동차 공장 등에서 ‘산업용 로봇’으로 통칭하는 설비 다수가 포함됐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산 로봇·산업기계 비중을 높이는 한편, 주요 수입국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특정 국가 집중도 ▲외국 정부 보조금과 약탈적 무역 관행이 미국 로봇·산업기계와 부품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외국의 로봇·산업기계 공급 무기화 가능성 등도 들여다본다. 이는 첨단 무기 생산 라인 같은 민감한 장소에서 통신망과 연결된 첨단 산업용 로봇이 ‘스파이’로 활용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적으로 산업용 로봇과 산업기계 주요 생산국은 중국, 일본, 독일, 한국 4국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중국 로봇 산업의 자국 영향력 차단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이 자국 내 로봇, 산업기계 생산 기반 확대를 추구하는 만큼 향후 무차별적 관세로 한국, 독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약 1년에 걸친 관련 조사와 행정부 내 검토를 거쳐 로봇과 첨단 산업기계에 폭넓은 추가 관세를 실제 부과하게 되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중인 한국 기업들이 현지 공장에 첨단 설비를 도입하는 데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 기업의 급속한 대미 투자 증가 추세를 타고 한국산 기계류의 대미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산업기계가 다수 포함된 ‘기타 기계류’ 대미 수출액은 2024년 26억4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로 전년보다 33.7% 급증했다. 추가로 기계요소(13억6000만덜러), 금속공작기계(8억2000만달러)까지 더하면 이번 조사 영향권에 든 주요 기계류 대미 수출액은 약 7조원에 달한다. 한국의 대미 산업기계 수출 증가에는 자동차, 이차전지 등 미국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한국 기업들이 자국에서 기계와 설비를 대거 도입해 설치한 데 따른 ’투자 유발형 수출‘ 확대의 영향이 컸다. 따라서 반입 설비에 고율 관세이 더해지면 예상치 못한 추가 투자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초점을 맞춰 추가 관세 정책을 구체화한다면 한국 산업용 로봇 업계에는 기회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미국의 ‘중국 원천 배제’ 정책이 구체화하면서 한국의 전력기기, 태양광 등 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는 반사 이익을 누린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