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지방정부, 수천명 북한 노동자 파견 요구"…제재 회피 구조 드러나

NKDB 보고서 “강제노동·노예제 충족”…북한 WMD 자금 전용 실태 규명 허위 학생비자·법 개정 악용해 불법 합법화...임금은 충성자금·학비로 착취 전문가들 “국제사회 원칙 기반 관여가 필요…노동자 권리보장 장치 시급해”

2025-09-25     곽성규 기자
/챗GPT 생성 이미지

북한이 국제 제재를 피해 러시아에 노동자를 파견하며 사실상 노예 수준의 강제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실태가 드러났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지난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관련 연구 보고서를 공개하고, 북한 해외노동이 단순 외화벌이가 아니라 무기 개발 자금 전용과 주민 통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NKDB의 이번 연구는 2017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후 러시아에서 근무한 북한이탈주민 증언을 종합해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모스크바 대사관, 러시아 교육기관, 중개기관 등을 통해 노동자를 모집·파견했다. 러시아 정부는 2020년 연방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학생의 무허가 취업을 합법화해 제재 회피 구조를 제도화했다. 일부 대학은 등록금만 받고 형식적 입학을 허용한 뒤, 노동자들을 건설 현장에 즉시 투입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충성자금, 학비, 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임금에서 공제당했으며, 남은 급여는 북한 정권에 송금됐다. NKDB는 이를 “이윤 중심 생태계”로 규정하며, 러시아와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구조적 착취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군수 부대가 직접 노동단을 파견하며 해외 노동 수익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으로 전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착취를 넘어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분석이다.

NKDB 김유니크 조사분석원은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당하는 착취는 국제법상 강제노동과 노예제, 예속의 기준을 충족한다”며 “노동자 보호 장치와 핵개발 자금 전용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면 북한의 권위주의적 네트워크를 약화시키고 불법 자금 전용도 차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 현장에서는 북한 군 출신 러시아 건설노동 경험자가 직접 증언하며 참혹한 노동 현실을 증명했다. 또 제임스 히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장, 안톤 소콜린 'Korea Risk Group' 기자,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가 토론에 참여해 국제사회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NKDB 송한나 센터장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이끌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보고서는 북한 해외노동을 “초국가적 억압” 체계로 규정했다. 단순 외화벌이가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성과 통제를 유지하며 주민을 노예화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는 북한 해외 노동 실태가 단순한 인권 문제를 넘어 국제 안보와 직결된 사안임을 부각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강제노동을 제도화하고 이를 무기 개발에 활용하는 실태가 드러난 만큼, 국제사회가 강력한 감시와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