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 후 北 ‘칼바람 검열’…체제 불안감 덮으려 인권탄압 강화

■ 노동당 조직지도부 주도 전방위 검열...선전선동부 간부 대거 해임 김정은 영상편집 불만에 책임 추궁...최고지도자 위상 훼손 이유 등 처벌 군수공업부·외무성도 검열 직격탄...계획 미흡·의전 소홀 간부 줄줄 철직

2025-09-24     곽성규 기자
/챗GPT 생성 이미지

북한 김정은이 최근 방중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북한 내부에 ‘책임간부 검열’의 칼바람이 몰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주도한 이번 검열은 핵심 부서 간부들의 대량 해임과 강제노역 처벌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얼마나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운영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5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조직지도부에 ‘책임간부 검열’을 지시했다. 데일리NK의 평양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김정은이 부재 중 간부들이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서면보고와 면담을 통해 총화(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선전선동부였다. 김정은 방중 기록영화에서 베이징역 도착 장면과 전승절 행사 장면이 중국 매체 보도와 비교해 빈약하고 초라해 보였다는 이유로 영상 편집 담당 간부들이 “열성과 성의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 

특히 김정은이 천안문 광장에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된 것을 두고 “최고지도자의 위상을 떨어뜨렸다”며 대대적 문책이 이뤄졌다. 조선중앙TV 영상편집부와 선전선동부 간부 상당수가 직무정지나 혁명화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수공업부와 제2경제위원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정은은 중국 열병식에서 최신 무기를 접한 후 무기 개발과 군사기술 협력을 독려했지만, 관련 단위가 기한 내 실무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자 간부들을 철직(직위에서 물러나게 함)하거나 혁명화(고된 노동과 사상 교육을 받게 하는 처벌)시켰다. 부부장급과 연구소 실장급까지 대거 숙청되며 군수 분야는 얼어붙은 분위기에 휩싸였다.

외무성도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방중 과정에서 의전 소홀 문제가 제기돼 부국장급 1명을 포함해 3명이 해임됐다. 김정은의 외교적 이미지와 권위를 손상시킨 책임이 추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간부들에게 “나는 뙤약볕 아래서 인민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했는데, 동무들은 사상적 의지를 화폭에 담지 못했다”며 직접 호통쳤다고 한다. 결국 이번 검열은 단순한 성과 부족이 아닌 최고지도자의 체면 손상에 대한 책임 추궁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군수공업부는 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국방 발전 5개년 계획’ 종합 평가를 앞두고 있어 이번 숙청으로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국내 한 북한 전문가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지도자의 분노는 체제 불안이 클수록 더 강하게 간부들로 향하는 악순환을 드러낸다"며 "결과적으로 북한 간부들은 지금 숨소리도 못 낸다. 조직지도부의 전방위적 검열은 간부들의 사상과 충성을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려놓으며 공포정치를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검열은 북한식 독재 체제가 얼마나 비이성적인 방식으로 유지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최고지도자의 체면과 위상을 이유로 간부들이 해임·혁명화되는 현실은 결국 주민들의 인권 탄압과도 직결된다. 김정은 정권의 불안과 강박은 내부 숙청과 공포정치로 표출되고 있으며, 이는 북한 체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스스로 드러내는 증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