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이재명, 트럼프 주장 은근히 반박했다”
제 80차 유엔 총회…트럼프 2번째, 이재명 7번째로 연설 트럼프 “유엔, 말만하고 행동 없어…기후 위기도 사기극” 이재명 “유엔협력·기후위기 적극대응…그래야 미래있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정반대의 기조를 드러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무용론’과 ‘기후변화 사기론’을 주장했지만, 이 대통령은 ‘유엔 다자협력’과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NYT)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은근히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END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전쟁·기아 등) 문제를 겪는 모든 국가가 이곳 유엔에 모여 함께 머리를 맞대는 다자주의적 협력을 이어 나갈 때, 우리 모두 평화와 번영의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확대와 대표성을 제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는 같은 날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재명 한국 대통령은 유엔이 글로벌 기구로서 큰 가치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은근히 반박했다(subtly pushed back)”고 평가했다.
같은 날 유엔총회 연설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전쟁을 멈추고 수백만 명을 구하기 위해 분주했는데, 유엔은 거기에 없었다”며 “유엔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유엔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공허한 말만 있을 뿐 행동이 없다”며 유엔 무용론을 주장했다.
기후 위기 대응을 두고도 두 정상의 메시지는 극명히 엇갈렸다.
이 대통령은 “이미 현실이 된 기후 위기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는데, 뉴욕타임즈는 이를 “평소 그린에너지 정책을 ‘사기극’이라 몰아붙인 트럼프와는 극명히 다른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연설에서도 기후 위기 경고를 “역사상 전 세계에 가장 많이 침투한 최대 사기극”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여러분이 그린 에너지 사기극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나라는 부도에 이를 것”이라며 “탄소 발자국은 악의를 가진 이들이 만든 사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엔과 많은 나라들의 이런 주장은 멍청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유엔이 주장해온 기후위기를 불신했다. 2017년 45기 취임 당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고, 이번 47기 재 취임 후에도 파리기후협약 탈퇴 통지를 또 한번 유엔에 보내도록 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순서는 2번째였고, 이 대통령은 7번째였기에 이러한 상반된 구도가 나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에도 유엔과 기후위기를 불신해 온 점을 볼 때 뉴욕타임즈의 ‘은근히 반박’ 분석도 일리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내외국인 모두가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삶의 모든 현장에서 존중받도록 제도와 문화를 발전시키려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지원하던 한국인 근로자 수백 명이 이민 단속 과정에서 체포된 사건과 맞물린 발언이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다만 뉴욕타임즈는 “이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이 사건은 한미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END’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약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