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관리법’ 제정한 북한…주민 노동력까지 전면 통제하는 법적 족쇄
노동 배치·동원 전 과정에 국가 개입...‘노력파견장’과 ‘동원장’ 의무화 직업 선택 자유 원천봉쇄...비공식 경제활동 차단해 주민 생존권 압박 농촌 동원도 법으로 통제...임시 노동까지 강제노동 체계로 제도화 처벌 조항까지 명시...북한주민 전반을 국가의 노예로 만드는 법안
북한이 ‘노력관리법’을 제정을 통해 주민들의 노동력 전반을 국가 통제 체계에 편입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단순한 노동 관리 차원을 넘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생존을 위한 비공식 경제활동까지 억압하는 전형적인 공산주의 독재 체제의 인권 탄압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가 최근 입수한 지난 5월 29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1929호로 채택된 ‘노력관리법’ 일부 자료에 따르면, 이번 법의 내용은 북한이 사회주의 질서 확립이라는 명분 아래 그간 주민 통제를 강화해 온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해당 법의 명시적 내용은 “근로자들에게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노동생활을 보장한다”(제1조)고 내세우지만, 실제 내용은 주민 노동력을 전면적으로 통제하는 장치로 가득 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제14조, 제15조는 국가기관이 모든 근로자에게 ‘노력파견장’을 발급하도록 의무화했다. 기관·기업소·단체는 이를 근거로 노동 수속을 진행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노동력 배치가 전면적으로 문서화돼 중앙에서 관리된다. 이는 주민들의 직업 이동권과 자율성을 사실상 봉쇄하는 조치인 것으로 해석된다.
데일리NK AND센터 황현욱 책임연구원은 “노력관리법은 배치·동원·조직·처벌까지 포괄하는 기본 법령으로 격상됐다”며 “노동력 관리 권한을 중앙집권화하고, 법적 정당성을 앞세워 주민 통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직장 대신 장사를 택하는 이른바 ‘액벌이’ 주민들에 대한 단속 근거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은 임시적인 노동 동원도 강력히 규제한다. 제16조는 “국가적 대상 건설과 부문 또는 지역 발전에 필요한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 노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제20조는 “‘노력동원장’ 없이는 동원을 조직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는 농번기 농촌 동원과 같은 단기 노동까지 법적 구속력 아래 두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 법은 동원된 기관이나 기업소가 반드시 작업 조건과 생활 보장을 제공하고, 노동보수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제22조, 제23조). 하지만 북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 내용은 주민들을 강제동원하기 위한 명분일 뿐 실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국제 기준에 따르면 개인이 직업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거나 고용 활동을 중단할 수 없을 경우 강제노동에 해당한다. 북한의 ‘노력관리법’은 정규 노동뿐 아니라 임시 노동까지 강제노동으로 편입해 주민 전체를 국가의 노동력 자원으로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또한 처벌 규정도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제40조는 노동 배치나 수속을 지연하거나 불법적으로 노동력을 동원한 경우 경고·엄중경고를 내리도록 했다. 더 나아가 제41조는 금품 수수, 부당 발급, 불법 동원 등에 대해 3개월 이하의 무보수 노동이나 노동교양 처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북한은 ‘자주적 노동생활 보장’이라는 허울을 내세우면서도 주민을 노동력 자원으로만 바라보며, 법으로 강제 통제하는 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황현욱 책임연구원은 “파견장이나 동원장 없이는 노동 이동이 불가능해졌다”며 “주민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근본적으로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국내 한 북한 전문가는 "결국 이번 법 제정은 주민의 생존권을 억압하는 북한식 ‘강제노동 합법화’에 다름 아니다"며 "생존을 위해 비공식 경제활동에 의존해온 주민들은 이제 국가가 정해준 일터와 동원 현장에서만 노동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노력관리법’은 주민 개개인을 사회주의 계획경제라는 이름의 굴레에 더욱 깊이 묶어두며, 김정은 체제의 인권 탄압 실태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