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외신 회견, 미국에 잘못된 신호 준다

2025-09-22     자유일보

관세협상을 둘러싼 한미 관계가 아무래도 불안해 보인다. 정확하게는 이재명-트럼프 양자 관계가 불안하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2017년 트럼프의 방한 국회 연설을 보면 확고부동한 편이다.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이 강철 동맹(iron-clad alliance) 의지가 계속될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의 행보가 불안한 건 로이터·BBC 등 외신과의 회견이 마치 트럼프에게 들으라는 듯 대미(對美) 여론전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외신 회견을 통해 트럼프의 뒤통수를 치려는 것 같은 뉘앙스다. 그런데 이 방법이 과연 통할까.

21일 이재명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미국측 요구인 3500억 달러 투자를 수용할 경우 한국은 금융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말은 틀리지 않다. 3500억 달러가 빠져 나가면 우리는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왜 이같은 외교적 코너에 몰리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아직도 설명이 없다. 4200억 달러 외환보유고에서 3500억 달러가 빠져나가면 한국이 외환위기에 몰린다는 사실은 단순 산수에 불과하다. 미 재무부에 유대인 출신 수학 귀재들이 득시글거리는데 이런 사실을 왜 모르겠나.

문제는 이재명 정부의 대미 외교력이다. 일본·유럽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는 우리보다 2.5배 넘는다. 그럼에도 잘 넘어갔다. 문제의 핵심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신뢰를 못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답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외신 회견을 통해 대미 여론전·선전전을 벌이는 게 과연 이익일까.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그 많던 시간은 어디에 낭비하고 막판에 장관·비서실장 등이 허겁지겁 미 산업장관 등의 꽁무니를 쫓아다녔는가 하는 것이다.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찰스 국왕을 만난 후 미국 기업들이 283조 원을 영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찰스의 외교력이 그 옛날 고려시대 서희가 동북아의 신흥 강국 요나라를 상대로 강동 6주를 되돌려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BBC와의 회견에서 "한국·일본·미국이 협력을 심화할수록 중국·러시아·북한은 더욱 긴밀히 협력하는 경쟁·긴장 고조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은 미·일에 잘못된 신호를 줄 확률100%다. 대통령이 입을 닫는 게 국익에 도움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