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 재개에 한은도 10월 인하 가능성…집값·가계대출이 변수

2025-09-18     채수종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한국은행도 다음 달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4.00∼4.25%)과 금리 격차가 1.75%포인트(p)로 줄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걱정을 다소 덜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월 1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전까지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고 가계대출 진정세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11월로 인하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연준은 16∼17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00∼4.25%로 0.25%p 내렸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지난해 9월(-0.50%p), 11월(-0.25%p), 12월(-0.25%p) 잇달아 낮아진 뒤 계속 묶여 있다가 아홉 달 만에 인하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하 배경으로 고용 둔화 등을 들었다. 그는 "이민자 변화만큼 노동 공급이 감소하고 있다"며 "노동 공급 증가가 거의 없는 가운데 고용 수요도 급격히 줄어드는 ‘이상한 균형’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에도 이런 경기 우려가 반영됐다. 점도표상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가 3.9%(6월)에서 3.6%로 0.3%p 떨어졌다. 이는 앞으로 연말까지 0.25%p씩 두 번 정도(0.50%p)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박덕영 기자

연준의 통화완화 의지가 강해진만큼,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기가 좀 더 수월해졌다. 지난 5월 이후 미국과 기준금리와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2.00%p까지 벌어졌다가 이날 1.75%p로 줄면서 환율·자본유출 압력이 다소 축소됐다.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면, 더 높은 수익률을 따라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지난달 2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을 보면, 상당수 금통위원도 금리 인하에 따른 내외 금리차 확대와 이에 따른 환율 충격 등을 경계하며 동결을 지지했다. 현시점에서는 주택시장·가계부채 안정의 지속성에 더 중점을 두면서, 대내외 금리차도 주요 변수로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야 한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가능성이 여전히 큰 만큼, 성장·경기 진작을 위해 추가적 통화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추경 집행과 금리 인하가 동반될 때 정부 지출의 승수 효과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연내 금리 인하가 꼭 필요하다"며 10월 0.25%p 인하를 점쳤다.

다만 8월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은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 불안이 여전히 변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27 대책’ 등에도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48% 올랐다. 6월(1.44%), 7월(1.09%)과 비교해 오름폭이 줄었지만,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한은이 집계한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7월 말보다 4조1000억원 불었다.

월간 증가액이 7월 2조7000억원까지 급감했다가 다시 반등했다. 이수형 금통위원은 지난 11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서울 지역 주택가격 상승세와 추가 상승 기대가 큰 만큼 9·7 주택공급 대책의 효과와 완화적 금융 여건의 주택가격 기대 영향 등을 점검하며 추가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