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1600년 전 사마리아 농경지 유적 발견

2025-09-18     최성주 기자
올리브 압착기와 인접한 의례용 목욕탕 미크베. /이스라엘 유물관리청

이스라엘 관광청은 최근 중부 지역에서 약 1600년 된 사마리아 농경지 유적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굴은 로마 제국 말기부터 비잔틴 시대(서기 4~7세기)에 걸친 사마리아 공동체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고고학적 성과로 평가된다.

카프르 하타 경계 부근에서 진행된 이번 발굴은 이스라엘 건설주택부의 재정 지원으로 이뤄졌다. 발견된 유적에는 화려한 모자이크 바닥과 비문이 새겨진 궁전 건물, 정결 의식을 위한 미크베, 그리고 올리브유 압착기 등이 포함됐다. 모자이크에는 아칸서스 잎과 포도, 대추야자, 수박, 아티초크, 아스파라거스 등 다양한 식물 이미지가 새겨져 있으며 일부 구역에는 건물 소유자의 행운을 기원하는 그리스어 비문이 남아 있다.

또한 올리브 압착기와 창고, 미크베 등은 당시 이 지역이 순수한 올리브유 생산과 농업 중심지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발굴 책임자인 알라 나고르스키와 다니엘 레이히 그리즈월드 박사는 "웅장한 건물과 고품질 모자이크, 인상적인 농업 시설은 당시 사마리아 공동체가 누린 번영을 증언한다"고 설명했다.

발굴된 건물은 초기에는 사치스러운 생활 공간이었으나 후대에 농업 중심 시설로 개조된 흔적이 확인됐다. 이는 5~6세기 비잔틴 제국의 억압과 사마리아 반란의 여파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다른 유적들과 달리 이 농경지는 파괴되지 않고 계속 사용되면서 사마리아적 정체성을 보존한 점이 주목된다.

모자이크 중 하나에 새겨진 비문. 마잘 토브(행운을 빕니다)라고 씌여 있다. /이스라엘 유물관리청

나고르스키는 "이 유적은 사마리아 공동체의 번영과 쇠퇴를 모두 보여주는 매혹적인 발견"이라며 "수 세기에 걸친 이 지역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문화유산부 장관 아미하이 엘리야후 랍비는 이번 발견의 의미를 강조하며, "사마리아 농경지는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이 공통의 뿌리 위에서 살아온 역사를 증언한다. 적대적 통치 시대에도 신앙을 지키며 공존했던 두 공동체의 유산을 다시금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은 고대 이스라엘 땅에서 살아온 공동체들의 풍요로움과 신앙적 정체성을 보여주며 사마리아 역사 연구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