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을 위해”...하나님이 짜 주신 '일자리의 기적'
히즈빈스 임정택 대표 “하나님의 때·방법·능력으로 이루어졌죠” 마태복음 25:40 한 구절이 인생을 뒤집어…비전이 직업이 되다 "정신장애인은 도움 대상 아닌 스승…우리는 그분들께 배웠죠" 6번 거절, 38쪽 사업계획서, 그리고 열린 길…‘하나님 때’가 있어 카페 한잔의 위로가 삶 바꿔...결혼·자립·회복 이어진 '복음 경제'
정신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카페 브랜드 ‘히즈빈스’를 창업한 임정택 대표는 자신의 창업기를 “사업 스토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기록”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이 하신다”는 확신을 16년 동안 현장에서 확인해 왔다.
마태복음 25장 40절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말씀 한 줄이 청년의 꿈을 바꾸었고, 배제의 현장을 일자리의 현장으로, 편견의 시선을 존중의 문화로 바꾸었다. 지난 1일 방영된 CBS 간증 프로그램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한 임 대표는 이같은 자신의 신앙의 여정과 사명의 기록을 생생하게 직접 전했다.
대학생 시절, ‘세상을 바꾸겠다’는 친구의 고백을 들은 뒤 임 대표는 인천공항에서 포항까지 6시간 버스 안에서 한 가지만 물었다. “하나님, 정말 살아 계시다면 제가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포항에 도착할 즈음, 한 구절이 떠올랐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임 대표는 “예수님을 직접 뵙기 어렵지만, ‘작은 자 한 사람’을 섬기면 주님을 만나는 일이라는 확신이 왔다”고 말했다.
정신재활시설을 찾았던 첫날, 그는 충격을 받았다.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사회적기업 법·사례를 가득 모아 스크랩해 놓고 저를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임 대표는 “그날 알았습니다. 제가 ‘우월해서 돕는’ 게 아니라, 그분들 안에 계신 예수님께 제가 배우고 위로받는다는 것을요”라고 고백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교수들의 자문은 명확했다. “사회로 나와 섞여서,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일하고 사람을 만나야 회복이 시작된다.” 그에게 카페는 “치유와 훈련, 서비스와 소통이 동시에 일어나는 일터이자 공동체”였다.
“한국에서 커피 제일 잘하는 분을 만나게 해 주세요.” 기도 끝에 포항의 원로 바리스타 권영대 사장을 만났다. 네 명의 당사자에게 100만 원짜리 기초 교육을 '무상'으로 열어 주며 “우유만 사 오라”고 했다. 8번의 수업이 끝난 날, 스승은 말했다. “심화교육만 더 하면 어느 카페 바리스타보다 잘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문제는 ‘개점 비용’이었다. 임 대표는 포스코 문을 두드렸다. 첫 미팅은 20분, 세 장짜리 제안서. “회사 법인은 있나? 내부 커피 전문가는?”라는 질문 목록 14개를 받아 적고, 매주 하나씩 채웠다. 제안서는 38쪽으로 자랐다. 다섯 번의 ‘아니오’ 뒤 여섯 번째 날, 담당자는 예산서 뒷장을 돌려보이며 물었다. “돈 주면, 진짜 하겠습니까?” 임 대표는 대답했다. “네, 하나님이 하시면 됩니다.” 그는 회상했다. “그때 배웠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이 하신다는 것을.”
캠퍼스 매장을 연 첫날부터 줄이 섰다. “드디어 학교에 커피 맛집이 들어왔다”는 입소문 덕이었다. 한 여학생은 특정 바리스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선생님이 내려 주지 않으면 맛이 안 나요.” 임 대표가 “맛없으면 환불해 드리겠다”고 너스레를 떨자, 학생은 한 모금 후 “역시 너무 맛있어요”라고 답했다. 그날 저녁, 당사자 바리스타는 말했다. “43년을 살면서 오늘이 제일 행복합니다. 왜 사는지 알 것 같아요. 제가 내리는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포항시청 1층 등 핵심 입지로 확장했지만, 계약 구조 변경과 보증금·임대료 급등이 덮쳤다. “한 명도 해고할 수 없었습니다.” 대표의 손에 남는 급여는 한 달 30만~50만 원, 1년 반 넘게 이어졌다. “기도하면 눈물만 났습니다. ‘하나님, 안 계신가요?’라는 유혹이 밀려왔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 알았습니다.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롬 5:3-4). 그때 만든 매뉴얼과 시스템이 훗날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교육을 돕는 ‘길’이 되었거든요.”
기도 제목 1순위가 “여자친구(송혜교 닮은)였던 한 바리스타는 교회에서 만난 자매에게 프로포즈했고, 40명이 춤·노래로 돕는 ‘뮤지컬 청혼’ 끝에 결혼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손주 둘과 함께 너무 행복하게 삽니다.”
명동점의 바리스타 ‘데이지’는 조현병 발병 이후 10년을 집 천장만 보며 살았다. 출근 초에는 버스도 못 탔다. “3~4개월 뒤 버스를 타고, 지금은 일 끝나면 친구를 만나고 쇼핑도 합니다. 어머니가 매주 울며 전화하세요.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 줄 알았는데, 기적 같다’고요.”
임 대표는 정신과 전문의들의 설명을 전했다. “뉴스의 강력범죄 가해자 ‘정신질환’ 보도는 인격장애(사이코패스 등)와 일반적 정신질환(조현병·양극성·우울증)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후자는 지나치게 이타적이고 타인을 배려하다 병이 온 분들이 많습니다.” 사내 카페에서 직원들은 매일 바리스타와 인사하며 친해졌고, 어느 날 한 직원은 털어놓았다. “회사 그만두고 싶어요.” 바리스타의 한 마디가 그를 붙들었다.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직장에서 그런 위로를 처음 듣들었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밑이 깨진 그릇 같습니다. 능력·돈·관계로 채우려 해도 새어 나갑니다. 답은 하나님의 바다에 풍덩 잠기는 것입니다. 그 바다만이 우리 존재를 채우고, 사명을 알게 하며, 나머지를 다스리게 하십니다.” 임 대표의 개인적 소망은 단순하다. “처음 받은 말씀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으로 남는 것. 그리고 회사의 비전은 담대하다. “‘모든 장애인과 함께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 2040년까지 100개 직무, 7000명 롤모델, 5만 명 직업교육 생태계를 세계로 확산하겠습니다.”
히즈빈스의 간증은 한 청년의 창업기가 아니다. 말씀 한 절에 순종한 한 사람을 통해, 배제의 경로를 ‘일자리’로 바꾸신 하나님의 서사다. 커피 한 잔의 맛이 존엄의 문법으로 바뀌고, ‘고객’과 ‘바리스타’의 호칭이 ‘형제·자매’의 언어로 변하는 자리. 거기서 우리는 복음이 경제가 되고, 예배가 노동이 되는 현장을 본다. 임정택 대표의 고백은 그래서 결론도 동일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이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