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학자라는 이의 섣부른 관세협상 훈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요즘 한국 돌아가는 꼴이 딱 그렇다. 한국의 대미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건 맞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감정적 대응을 부추기는 이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전문가라는 이들도 엉터리다. 아무 말이나 던져보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그건 정책이 아니라 정치다. 언론도 특정인의 주장과 발언을 되풀이 또는 재생산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미국과 약속한 3500억달러(약 485조 원) 투자다. 그 투자 이익 배분을 놓고 설왕설래가 진행 중인 것이다. 먼저 살필 건 일본의 처신이다. 일본도 한국처럼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의 요구는 그 대미 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투자금 회수 전에는 미국과 5대 5로 나눠 갖고, 투자금 회수가 완료되면 미국이 90% 일본이 10%를 갖는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전면 수용할 태세다.
미국으로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은 한국 정부는 현재 미국의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의 한 경제학자 주장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부과한 25% 관세는 확실히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겠지만, 미국과의 협상으로 15% 관세를 내고 3500억 달러(약 485조 원)를 동시에 내는 것보다는 타격이 덜할 것"이라고 했다.
주장의 근거를 따질 겨를도 없이 그의 발언은 한국의 반미 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교섭 과정에서 미국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차라리 대미투자를 철회하고 25% 상호관세를 감수하자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섣부른 감정이다.
하나 짚자. 일본산에 15% 관세가 부과되는 마당에 한국산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그 ‘게임’은 하나마나다. 현재 미국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를 일본산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도 마케팅이 쉽지 않다.
그런데 한국산이 일본산보다 비싼 가격이라면 어떻게 될까? 시장점유율 추락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한국은 반기업 정서가 팽배해 있다.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 통과를 보면 안다. 그런 나라가 국제 경쟁에서 뒤처진 자국 기업들을 위해 전략적 산업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어불성설이다.
그는 한미 안보동맹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드러냈다. "한국과 일본 지도자들이 중국이나 북한의 군사 행동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트럼프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미친 짓"이라고 한 것이다. 그는 경제학자라고 하지만 인터뷰 맥락을 보면 반트럼프주의자로 보인다. 사실상 정치인에 가깝다. 그가 쓴 무역 관련 전문적인 연구논문도 찾기 어렵다.
황당한 건, 일본의 ‘굴욕적인 협상’은 ‘중국에 대한 안보 우려’로 인해 이해한다는 그의 뉘앙스다. 사실은 한국이 일본보다 더 큰 안보 위험에 직면해 있다.
사람들은 무역정책이 국가 간 이해 다툼이라고만 착각한다. 실은 국내 이해 다툼도 반영한다. 한국도 여야 간 업계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듯 미국도 그렇다. 언론들이 앞다퉈 대서특필하는 그의 발언도 실은 특정 정치 세력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을 수 있다. 안보동맹을 쉽게 여기는 듯한 그가 한국의 국익을 생각해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