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틱톡 인수할 미국 대기업들 있다"…금지법 유예도 연장

2025-09-17     채수종 기자
오라클 컨소시엄이 틱톡의 미국내 사업권을 인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틱톡 로고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내 안보 우려가 제기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처분 방안에 대해 "중국과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금요일(19일)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모든 것을 확정하려고 한다"면서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인수하려는 "매우 큰 기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틱톡은 모회사가 중국 바이트댄스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개인정보 탈취나 해킹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으며, 이에 미국 의회는 지난해 3월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틱톡 서비스를 금지하는 ‘틱톡 금지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틱톡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이 법의 시행을 유예하는 한편 틱톡의 대주주 지분을 미국 기업이 인수하는 방향으로 중국 측과 협상을 진행해왔으며, 전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에 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이 시한인 틱톡 금지법의 유예 기한도 12월 16일까지 90일간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기간 미국 기업의 틱톡 사업권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오라클 등 미국 투자자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틱톡의 미국내 사업권을 인수하며, 미국 정부가 지정하는 1명을 포함한 미국인 주도의 이사회를 통해 회사를 경영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또 틱톡의 안보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사용자 데이터를 오라클의 미국 서버에 보관하며, 기존 틱톡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사용할 것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은 16일 미국과 중국이 틱톡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오라클이 클라우드 계약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국이 논의 중인 합의안에는 틱톡이 클라우드 계약을 계속 유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이 거래는 30∼45일 이내에 마무리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틱톡의 새로운 지분 구조는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투자자뿐만 아니라 신규 투자자들도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라클은 수년간 틱톡의 주요 미국 내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업체로, 틱톡은 오라클 클라우드의 초기 주요 고객사였다. 양사는 틱톡의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바이트댄스의 운영에서 분리해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텍사스’(Project Texas)에서도 협력했다. 틱톡은 중국과 연계 문제로 미 의회의 조사 대상이 되면서 미국 내 인프라를 확충해야 했고, 이에 공화당을 지지했던 래리 엘리슨이 창업한 오라클을 선택했다. 틱톡은 2022년 미국 사용자 트래픽 전부를 오라클 서버를 통해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엘리슨 회장은 공화당의 오랜 지지자로 알려져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엘리슨 회장이 틱톡의 미국 사업부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라클이 틱톡과 계약을 유지한다는 소식에 뉴욕 증시에서 오라클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미 동부 시간 이날 오후 1시30분 오라클 주가는 전날보다 1.03% 오른 305.26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주가는 장중 5% 이상 오르기도 했다. 오라클은 지난 9일 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클라우드 수주 잔고가 시장 예상치의 2.5배인 455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히면서 이튿날 주가가 33년만에 최대 폭인 36% 급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