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 반대 신학자들 "성경 무오 훼손·혼합주의 심각"...공개토론 제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2025 WEA(세계복음주의연맹) 서울총회를 앞두고 WEA 반대 신학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고경환 목사) 세미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간담회는 2025WEA서울총회반대연합회 신학위원회(위원장 문병호 교수) 주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고경환 목사)·2025WEA서울총회반대연합회(대표회장 맹연환 목사)·한국WEA반대목회자·성도연합회(대표회장 조덕래 목사) 후원으로 진행됐으며, 문병호 교수(총신대), 서창원 교수(前 총신대 신대원 역사신학), 양진영 교수(광신대 조직신학), 김호욱 교수(광신대 역사신학)가 발제를 맡았다.
신학위원회는 "WEA가 왜 비성경적인가, 혼합주의가 왜 안 되는가"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고, 성명서를 통해 ‘10가지 불가 사유’를 제시했다. 특히 WEA의 문제를 △교단 비가입 상태의 총회 주관 불가 △성경 무오·자증성 훼손 △WCC·가톨릭과의 구조적 연동 △종교다원주의·혼합주의 조장 △보수 신학과의 괴리 △2033 프로젝트의 신학적 위험 △예장합동 총회 결의·법리 위반 우려 △지도부의 신학적 편향 △선교 개념의 변질 △한국교회 분열·혼란 초래 등으로 지목했다.
문병호 총신대학교 교수는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다"며 "WEA 서울총회는 즉각 철회돼야 하며 한국교회는 절대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문 교수는 "WEA 조직위원회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자료와 연구를 통해 문제점을 드러냈다. 비공개 대화나 일방적 주장으로는 한국교회를 설득할 수 없다. 교계 앞에 나와 정정당당하게 신학 토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WEA는 성경과 복음 진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로마 가톨릭과의 일치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를 좌시한다면 복음의 진리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서울총회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먼저 서울총회를 주도하는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를 지목했다.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김종혁 목사)이 WEA에 가입하지 않았는데도 개교회가 총회를 사실상 주관·유치한다는 건 "전례 없는 월권이며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WEA가 성경의 무오·자증성을 축소·부정한다고 비판했다. WEA는 정통 개혁신학자들이 주장하는 성경영감과 성경 자증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자유주의 성경비평을 받아들이고 신정통주의 성경관에 열려 있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WEA가 무류를 내세우는 데는 로마 가톨릭에서 주장하는 교황과 교회의 무류성과 깊게 연관되어 가톨릭과의 지속적이고 긴밀한 대화와 일치를 이루기 위한 연계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WEA가 WCC와 다수 회원을 공유하고, 로마 가톨릭과 수십 차례 에큐메니컬 대화를 지속해 온 점도 도마에 올랐다. 신학위는 "마리아 공경, 연옥, 교황 중보 등 개신교가 수용 불가한 교리를 전통 명목으로 상호 인정하려는 흐름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세계기독교포럼(GCF) 등 연대 활동을 통해 WCC·가톨릭·신사도운동과 보조를 맞추는 종교다원주의·혼합주의 문제를 지적했다. 신학위는 "2019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WEA 총회에서는 기독교인뿐 아니라 모든 이의 종교적 자유를 지지한다라고 선언하였고 2020년 4월에 발행된 WEA 뉴스레터에서는 종교 자유 문제를 다루기 위해 무슬림과의 협력을 시작했다고 공지했다"면서 "WEA는 신학과 교리를 불문하여 세계교회의 일치를 도모하는 포용 주의와 혼합주의를 넘어서 다원주의로 향하는 에큐메니칼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장합동의 WEA 관련 유보 결정, 법리 논쟁도 재거론됐다. 신학위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는 제44회 총회(1959)에서 WEA를 설립한 NAE도 탈퇴하기를 가결하였고, 제106회 총회(2021)에서도 WEA에 대한 명확한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결의를 ‘유보’하라고 재차 확인하였는데, 본 교단에 속한 개 교회가 이 결의를 무시한 채 WEA 서울총회를 유치하는 것은 중대한 총회 결의 위반"이라고 전했다. 이어 "WEA 서울총회 찬성측에서 합동측 교단이 교류 단절을 금하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중대한 왜곡"이라고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WEA가 내세운 ‘2033 전 세계 복음화’ 구호가 로마 가톨릭 및 신사도운동 글로벌 프로젝트와 맞물려 신학적 혼란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신학위는 "WEA가 그동안 추진해 온 로마 가톨릭과의 연합과 일치 및 근래 신사도주의자들과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졌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면서 "이는 단순 캠페인이 아니라 신학적 방향을 규정하는 프레임"이라고 경계했다.
문 교수는 "의장·사무총장·분과대표 등 리더십과 기구 전반의 신학적 성향이 혼합주의로 기울어 있다. 특정 인물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면서 "WEA는 성경과 복음 진리에 정면 배치되는 노선을 견지하고 있으며, 에큐메니컬 연합을 통해 혼합주의를 확산시킨다"고 규정하고, 서울총회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동시에 "교단 질서와 법리를 존중하고, 무엇보다 공개토론을 통해 한국교회 앞에 모든 쟁점을 투명하게 드러내자"고 요구했다.
한편, 간담회에 앞선 예배에서는 김정환 한기총 사무총장의 사회로 고경환 한기총 대표회장의 환영사 및 설교, 명예회장 박홍자 장로의 성경봉독, 맹연환 반대연합회 대표회장의 축도 등이 이어졌다.
고경환 목사는 환영사에서 "개신교는 프로테스탄트(protestant), 라틴어로는 프로테스타리(protestari)라고 한다. 그 의미는 ‘항의하다, 저항하다’는 것이다. 무엇에 항의하고 저항하는가? 비성경적·반성경적인 것에"라며 "성경무오설은 개혁신학의 기초다. 성경무오와 무류는 단어 하나 차이이지만, 왜 안 되는가? 죄는 헬라어로 하마르티아(hamartia)로, 의미는 ‘과녁에서 벗어나다, 표적을 빗나가다’이다. 과녁에서 벗어난 상태로 출발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개혁신앙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설교에서도 "본문 속 ‘길과 진리, 생명’이란 단어 앞에는 ‘그’라는 관사가 붙어 있다. 유일한 길과 진리와 생명 되신다는 것"이라며 "WEA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은 성경무류설과 함께, 종교혼합주의다. 이 부분은 예수님도 걱정하셨기에, 내가 ‘바로 그 길’이라고 하신 것이다. 이는 다른 종교와 타협하지 않는다는 선언으로, 우리는 이러한 타협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