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리 "한국계 할리우드 주연 등 K-컬처 인기 이제 시작"

영화 '트론:아레스' 홍보차 방한...주연 이브 킴 맡아

2025-09-16     문은주 기자
배우 그레타 리가 15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외화 ‘트론: 아레스’ 풋티지 시사회·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계로는 첫 주연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영화 ‘트론: 아레스’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그레타는 15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의 홍보를 위해 한국에 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요아킴 뢰닝 감독이 제작한 ‘트론: 아레스’는 고도로 발달한 군사용 인공지능(AI) 전사 아레스(자레드 레토)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려 하면서 벌어지는 위기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다. 극중 세계에서 뛰어난 프로그래머 중 한 명인 이브 킴 역을 맡은 그레타는 "주연을 맡은 건 너무나 큰 의미를 갖는다"며 "연기를 몇십 년 해왔고, 할리우드에서 많은 게 변화해 온 걸 목격해 왔는데 이런 캐릭터가 최초라는 사실이, 이제 막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197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부모 밑에서 1982년 태어난 그레타는 다수 TV 드라마에 이어 영화 ‘헤어브레인드’(2013), ‘시스터스’(2015), ‘제미니’(2017)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지난해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나영 역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그간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그레타는 영국 매체 ‘더 젠틀 우먼’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배역들이 제한돼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외모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까무잡잡한 피부는 아시아계 백인 이미지로도, 동양인으로의 이미지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럴수록 한 번 배역을 맡으면 그 역할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레타는 "몸을 굉장히 많이 써야 하는 영화였다"며 "제가 해야 하는 스턴트 액션이 굉장히 많아 어려웠고, 동시에 겸허해지는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해 한국전쟁에 참전할 수 없었던 그레타의 조부는 미군기지에서 영화 간판 그리는 일을 했다. 그 과정에서 캐서린 햅번, 게리 쿠퍼, 그레타 가르보 등 당대 영화계의 아이콘들을 사랑하게 됐고 ‘그레타’라는 손녀의 이름도 정해졌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 그레타는 K-컬처의 인기에 대해 "우리 한국인들은 우리가 세계 최고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지 않았나. 한국 문화의 인기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한국계로서 주연을 맡은 것은 개인적으로 뿐만 아니라 수많은 배우들, 창작자들에게 시발점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