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막자"…日, 해저 통신케이블 中부품 조사·교체 추진

2025-09-15     채수종 기자
일본 정부가 중국의 도청 피해를 막기 위해 중국산 해저 통신케이블 부품을 교체할 계획이다. 대만 당국이 지난 2월 중국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저케이블 훼손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

일본 정부가 중국의 도청 피해를 막기 위해 해저 통신케이블에 사용되는 부품과 설비를 조사해 중국산을 모두 일본·미국·프랑스산으로 교체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15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 3월까지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해저케이블, 중계기, 제어장치 등 통신 체계 전체에 중국산 부품 등이 있는지 조사한다. 이어 중계기 등에 사용되는 중요 부품에 중국산이 존재할 경우 해당 부품을 다른 업체에서 구매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해저케이블 시장은 일본 NEC, 미국 서브컴, 프랑스 알카텔 등 3대 업체가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화웨이 산하였던 HMN이 부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해저케이블 공급망에서 중국 업체 배제 방침을 세운 미국이 새 규제를 만들어 자국 업체의 수출이 어려워지면 미 당국에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해저케이블 보수 업무를 맡는 기업이 전용 선박을 구입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청을 막고 경제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이처럼 해저케이블 점검을 추진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이 신문은 2023년 오키나와 주둔 미군 대상 영문 정보지가 "오키나와 인근 바다에 부설된 케이블에서 중국제 도청 장치가 발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오키나와 주변에는 미군이 사용하는 케이블이 있으며 기밀 정보가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부터 대만 주변과 발트해에서 케이블이 손상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점도 일본의 해저케이블 점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파괴 공작이 의심된다"며 "지난 8월에는 핀란드 검찰이 러시아에서 출항한 유조선의 선장 등을 기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섬나라인 일본은 국제통신의 99%를 해저케이블에 의존한다"며 "손상 시 복구에 시간이 걸리면 국민 생활과 경제 활동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금융 거래 등에서는 통신이 약간만 지체돼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월 중국선박과학연구센터가 기존의 두 배에 달하는 최대 4000m 수심에서 통신선을 절단할 수 있는 새로운 절단기를 개발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세계 곳곳에서 부쩍 늘어난 해저 케이블 훼손 사건에 중국·러시아가 배후 역할을 했다는 의혹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서방 국가들과 대만은 해저 케이블 절단 해역에서 중국 화물선의 활동이 포착됐다는 점을 들어 이런 상황이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실제 무력 충돌이나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군사 행동)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국제 해저 케이블을 훼손해온 중국이 아예 강력한 절단 ‘무기’를 개발했다는 의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