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 반이민 우파 집회 11만명 운집…'피살' 찰리 커크 애도

2025-09-14     정수현 기자
13일 런던 극우 집회에 등장한 찰리 커크 사진. /로이터=연합

런던 도심에서 현지시간으로 13일 낮 11만여 명이 모인 우파 세력의 대규모 반이민 집회가 열리며 영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BBC,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영국 우파 운동가 토미 로빈슨이 ‘왕국 통합(Unite the Kingdom)’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민족주의 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집회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화상 연설로 등장하고 미국에서 총격에 숨진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를 애도하는 장면이 연출돼 더욱 관심을 끌었다. 가디언은 "찰리 커크 살해 사건이 이번 집회 지지 세력 결집에 활용됐다"고 평가했다.

집회를 주최한 로빈슨은 엑스(X)에 "런던은 오늘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당당히 서 있다"고 썼다. 도심의 화이트홀 주변에 모인 시위대는 영국 국기와 잉글랜드 상징인 붉은색과 흰색의 세인트 조지 십자, 스코틀랜드 십자, 웨일스 국기 등을 들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타났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난민 보트 중단’, ‘본국 송환’ 등 불법 이민자를 거부하는 구호가 적힌 팻말이나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에는 프랑스와 독일, 덴마크의 우파 정치인들도 참가해 연대를 강조했다.

영국 우파 정당을 공개 지지해온 머스크는 화상 연결을 통해 "나는 영국에 반드시 정부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좌파 사람들은 커크 살해를 공개적으로 축하하고 있다"면서 "좌파는 살인의 정당으로, 우리가 바로 그런 자들을 상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집회에 맞서 런던의 러셀 광장 근처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단체의 시위가 열렸다. 약 5000명의 참가자는 ‘극우에 맞서는 여성들’, ‘토미 로빈슨 반대’, ‘난민 환영’ 등 구호를 적은 팻말을 들었다.

양측의 충돌이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런던 전역에 1600명 이상의 경찰관을 배치한 경찰은 우파 집회 참가자 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해협을 넘어온 불법 이민자는 2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해협을 사이에 두고 불법 이주민 문제로 갈등을 겪어 온 영국과 프랑스는 지난 7월 체결한 협정에 따라 다음주 처음으로 이민자 송환에 나선다.

한편 이번 집회는 영국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전체의 정치적 균열을 드러내는 사례로 해석된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서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