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때마다 뻥 스펙"...양치기소년 된 오픈AI 샘 알트먼
거대언어모델 오픈소스 공개 파장
새로운 AI 모델 발표를 볼 때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을 듣는 것 같다. 오픈AI가 드디어 LLM(거대언어모델)을 오픈 소스로 공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커뮤니티의 반응과 여러 벤치마크 리포트 등을 살펴봤다. 그러나 놀랄 만한 퀀텀 점프는 없었다. 오픈AI 대표 샘 알트먼은"챗GPT-5 테스트 후 두려움을 느꼈다"면서 대중의 기대를 높였으나, 대중의 반응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혁신은 없었다’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오픈AI, 6년 만에 오픈 소스 모델 공개
오픈AI는 2025년 8월 챗GPT-oss를 출시했다. 오픈AI가 2019년 이후 오랜만에 출시한 오픈 소스 모델이다. 챗GPT-o3, 챗GPT-4, 챗GPT-5 등은 모두 매개변수와 학습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폐쇄형 모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챗GPT-oss는 매개변수가 공개된 오픈 모델이다.
지금까지 오픈AI는 말로만 열린(open)이었지 사실은 닫힌(closed) AI였다. 오픈AI는 처음 출범할 때 비영리 기업이었다. 인류 전체에 득을 주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기업이었으나 이제는 철저하게 손익계산을 하는 회사가 되어 버렸다. 이에 대한 비판이 매우 거세지자 챗GPT-oss를 적당히 풀어줌으로써 대중을 조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는 오픈 소스가 시장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한 의중도 깊게 깔린 듯하다.
챗GPT-oss 기술문서를 보면 챗GPT-5에 활용된 기술들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쟁쟁한 오픈 소스 모델들이 공개된 상황에 뒤늦게 다른 기업들의 행보를 쫓아가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번 오픈 소스 모델 공개와 챗GPT-5는 일부 기술적 진보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더 이상 오픈AI가 이 분야 선두주자가 아닐 수 있겠다, 기존의 학습 방식으로 도달할 수 있는 성능적 한계를 만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챗GPT-5 빠른 답변, 지침 준수는 장점
오픈AI가 챗GPT-5를 내놓은 건 지난 8월 7일, 지금로부터 한 달쯤 전이다. 필자는 출시 이후 이 모델을 한 달 동안 써봤다.
확실히 이전 모델에 비해 빨라지긴 했다. 간단한 요청에 대해서는 별도의 추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답변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보다 복잡한 질문을 했을 때 추론 시간 할애에 비해 제미나이-2.5나 제미나이-pro와 비교해 개선된 점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챗GPT-5의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라우팅 시스템이다. 기존 챗GPT는 단일 모델이 사용자 요청을 처리하는 방식이었다면, 챗GPT-5는 주어진 요청에 가장 적절한 모델과 추론비용을 선택해 처리하도록 하는 아키텍처가 적용됐다. 최근 여러 LLM(거대언어모델)을 조합해 성능을 향상시키고, 추론에 필요한 비용(토큰 수 등)을 최적화하는 라우팅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됐는데 여기에 그것이 적용된 것이다.
챗GPT-4o에 비해서는 오히려 지침을 잘 준수했다. 4o의 경우 지나친 추론 등으로 인해 지침에 벗어난 결과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챗GPT-5는 이러한 문제가 완화된 것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AGI 수준은 기대에 못미쳐
팩트만 놓고 본다면 챗GPT-5가 이전 모델인 챗GPT-4o을 앞지르는 성능을 보인 것은 맞다. 또한 다양한 툴을 사용하는 에이전트 능력 역시 강화됐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챗GPT-5가 AGI(일반인공지능) 수준은 아니며 기존 타사의 모델들과 비교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AGI에 대해 가장 진보적인 사람 중 한 명인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그린조차 AGI 도래를 2030년 전후로 바라보고 있다. 2025년에 AGI 수준을 바라는 것은, 거칠게 말해 이제 막 스마트폰이 성숙되기 시작한 2015년쯤에 "폴더블 스마트폰 올해 나오나?"라고 묻는 것과 같다. 참고로 2015년은 갤럭시S6가 나오던 시기였다.
주목할 만한 성과는 챗GPT-5가 의료분야에서 인간 전문가를 앞지른 것이다. 이는 오픈AI를 비롯한 AI 기업들이 의료도메인으로 사업 확장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는 고소득 전문직의 자리를 AI가 일부 대체하거나 확장성을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유저들, 이전 모델 돌려달라 요구
챗GPT-5를 한 달간 사용해 본 소감은 한마디로 드라마틱한 성능 향상은 체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제품이 압도적인 성능을 보이면 커뮤니티가 먼저 반응하는 법이다. 샘 알트먼은 챗GPT-5를 마치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만한 모델로 소개했지만, 정작 공개 이후 사용자들 반응은 아쉽다는 쪽이 더 많았다. 일부 유저들은 챗GPT-5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자 이전 모델을 다시 사용하게 해달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오픈AI가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어쩌면 사용자들은 더 똑똑한 모델이 아니라 다른 가치를 원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제는 AI 모델링만으로는 기술적인 경쟁우위를 가지기 어려워진 듯하다. 모델링보다는 데이터, 비즈니스모델 확보 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어가고 있다.
미래는 에이전트AI, 피지컬AI 시대
필자는 챗GPT-5 출시와 챗GPT-oss 모델 공개를 보면서 지금까지 주류였던 LLM 개발 패러다임으로는 성능과 기능의 한계가 왔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강조했듯 앞으로 시대는 에이전트 AI, 그 다음은 피지컬 AI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에이전트 AI(사용자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의 문 앞에 서 있다. 그 거대한 시장이 열리려 하고 있다. 높아지는 인건비에 로봇으로의 전환은 가속화될 것이고, 미래의 두뇌는 에이전트 AI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기존의 데이터 기반 학습은 결국 그 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AI가 몸을 가지고 스스로 현실 세계를 탐험하며 배우고 학습하고 발전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오픈AI가 지난 10일 오픈AI 코리아 공식 출범을 알렸다. 오픈AI 코리아는 아시아 3번째이자 전 세계 12번째 지사다.
이날 행사에서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한국을 차세대 글로벌 AI 허브로 지목했다. 한국은 첨단 인프라와 기술 친화적 소비자를 갖춘, AI 발전의 최적지라고 평했다. 현재 국내 챗GPT 주간 사용자 수는 1년 전보다 4배 늘었고 유료 구독자 규모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수준이다. 오픈AI는 향후 산업계와 학계 정부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국가 AI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