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최고치 불장에도…공매도 대기자금 사상 첫 100조 돌파

2025-09-11     채수종 기자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방송되는 가운데 한 딜러가 주가 현황판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대기 자금이 역대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불장’ 속에서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대차거래 잔고는 100조86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투협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8년 10월 20일 이후 최대치다. 지난 3월 말 공매도 재개 당시 65조7720억원이었던 대차거래 잔고는 5개월여만에 35조원 넘게 불었다. 대차거래는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는 거래로, 통상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도 증가세다. 지난 9일 기준 코스피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11조1650억원으로, 공매도 거래가 재개된 지난 3월 31일(3조9156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시 4조원에 못 미치던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5개월여 만에 185% 급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공매도 순보유 잔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19%에서 0.42%로 커졌다. 해당 공매도 순보유 잔고 비중은 올해 들어 최고치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타인에게 빌려서 먼저 매도한 후 주가가 내려가면 저렴하게 매수해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빌려온 주식을 매도하고 남은 수량으로,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통상 주가가 지금보다 더 하락할 것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코스피가 최근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 유지 기대에 7거래일째 올라 3300선을 돌파했지만, 고점 부담에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것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순보유 잔고 수량 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한미반도체(6.16%)로 집계됐으며, 카카오페이(5.75%), 엘앤에프(4.67%), LG생활건강(4.30%), 호텔신라(4.05%) 등이 뒤를 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5.87%)의 공매도 잔고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엔켐(5.47%), 다날(5.13%), 제룡전기(4.97%), 브이티(4.65%) 등 순으로 비중이 컸다.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대거 순매수했다. 10일 하루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ETF는 코스피200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KODEX200선물인버스2X’와 코스피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1배 추종하는 ‘KODEX인버스’로 각각 당일 순매수액이 1083억원과 25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도 ‘KODEX200선물인버스2X’로 285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KODEX 인버스’ ETF도 648억원어치 담았다. 다만 최근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KODEX200선물인버스2X’는 8.87% 급락했으며 ‘KODEX 인버스’도 4.44% 내렸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코스피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손실이 추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조건을 50억원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부각된 가운데 향후 배당소득세 최고세율 하향 논의까지 이뤄진다면 본격적으로 글로벌 증시 대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다"며 하반기 국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