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중국 등 FTA 없는 국가에 관세"…한국도 영향권
멕시코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수입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의 대(對)중남미 최대 교역국이자 수출 허브인 멕시코의 이번 조치로 한국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10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는 국가 경제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17개 전략적 분야에서 1463개 품목을 선정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 관세를 차등해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7개 전략적 분야에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철강 및 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가구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분야에 속하는 1463개 품목에 대해 현재 0∼35%대 관세율을 최대 50%까지 상향할 예정이다. 이번 조처는 멕시코 전체 수입품의 8.6%가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현지 당국은 추산했다. 금액으로는 520억 달러(약 72조원) 규모다.
멕시코 정부는 특히 자동차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입 경차에 50%의 관세를 매긴다고 부연했다. 관세 부과 대상국은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라고 멕시코 정부는 적시했다. 멕시코와 FTA를 체결한 국가는 현재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칠레, 파나마, 우루과이 등이다.한국은 2006년부터 FTA 관련 협의를 이어왔으나, 교착 상태에 있다. 따라서 멕시코를 대(對)중남미 최대 교역국(2024년 기준)으로 둔 한국도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된다. 현지에서도 멕시코의 새로운 관세 정책으로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 국가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태국, 튀르키예 등을 꼽고 있다. 실제 멕시코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기아,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등 500개가 넘는 가전·자동차·철강·타이어 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특히 한국의 멕시코 투자업종 80% 이상이 자동차와 부품, 가전이어서 이번 관세 조정으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
멕시코 정부는 이번 관세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주장과 비슷한 "멕시코 산업 경쟁력 확보와 기업 및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처가 다분히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틀을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정책이라는 점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미국 언론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의 교역 관계를 제한하도록 멕시코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는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우회 수출 통로로 멕시코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처도 포함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멕시코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도 관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멕시코 중앙은행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멕시코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19.9%를 차지한다. 수입액 규모는 1219억 달러에 이른다. 반면, 대중국 수출액은 88억 달러에 그쳤다. 적자 규모가 1131억 달러를 넘는다. 멕시코 정부는 새로운 수입 관세 방안을 포함한 2026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를 통해 700억 페소(약 5조원)의 세수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멕시코 상·하원 모두 여대야소 상황이어서 2026년도 예산안은 정부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