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성경 정면 부정…절대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배교"

한국WEA반대목회자성도연합 세미나...‘우리는 왜 WEA를 반대하는가?’

2025-09-11     최성주 기자
지난 4일 2025 WEA 서울총회 종합설명회가 열린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이를 비판하는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최성주 기자

2025 WEA(World Evangelical Alliance, 세계복음주의연맹) 서울총회 준비를 위해 지난 4일 굿윌 샤나 의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한국을 방문한 가운데 한국WEA반대목회자성도연합(대표 조덕래 목사)이 일산 예수사랑교회에서 ‘우리는 왜 WEA를 반대해야만 하는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한국교회가 직면한 신학적 위기와 교단 정체성 수호 과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세미나는 문병호 교수(총신대 대학원 조직신학), 김호욱 교수(광신대 역사신학), 조덕래 목사(한국WEA반대연합 대표) 등 학계와 목회 현장의 대표적인 보수 신학자들이 발제자로 나서 WEA의 역사와 신학, 목회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국WEA반대연합이 지난 4일 일산 예수사랑교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WEA 서울총회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WEA반대연합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문병호 교수는 WEA가 표방하는 성경관이 정통 개혁신학과 본질적으로 다른 노선에 서 있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WEA는 성경의 ‘무오(inerrancy)’가 아닌 ‘무류(infallibility)’를 헌장 제1조에 채택했다"며 이는 단순한 용어 차이가 아니라 성경에 대한 관점의 근본적 전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오란 성경의 모든 내용이 오류가 없음을 뜻하는 반면 무류는 구원과 신앙 문제에서만 오류가 없다는 의미다. 결국 자유주의 성경비평을 수용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또한 "칼빈과 워필드가 강조한 축자 영감 교리를 거부하고 동정녀 탄생조차 부인하는 학자들을 수용하는 것이 WEA의 실상"이라며 "이는 로마 가톨릭의 전통주의와 유사한 성경관으로 복음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심각한 배교"라고 규정했다

특히 WEA와 로마 가톨릭 간의 협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양측이 성경과 전통을 동일 선상에서 다루는 공통분모를 형성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문 교수는 "이는 개혁교회의 근본 원리인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한국교회가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지점"이라고 했다.

김호욱 교수는 WEA의 역사적 흐름을 짚으며, 출발부터 신학적 중도라는 모호한 입장을 고수해온 것이 문제의 뿌리라고 설명했다. 1846년 영국에서 시작된 복음주의연맹(EA)과 1942년 미국에서 조직된 전미복음주의자협회(NAE)는 모두 성경 무오 대신 무류를 고백했다. 김 교수는 "이런 모호한 성경관이 결국 WEA로 이어져 오늘날 WCC(세계교회협의회)와 로마 가톨릭과의 협력으로 귀결됐다"며 "역사적으로 WEA는 철저히 에큐메니칼 지향 속에서 성장해 왔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1970년대 이후 WEA가 로잔운동과 긴밀히 연결되면서 본격적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에 발을 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부산에서 열린 WCC 제10차 총회에서도 WEA는 가교역할을 자처하며 교회의 일치를 추진하는 데 앞장섰다. 이는 복음주의 정체성의 심각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세계기독교포럼(GCF)을 언급하며 "WEA는 이제 복음주의가 아니라 로마 가톨릭과 손잡고 종교다원주의와 혼합주의로 나아가는 주도 세력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일산 예수사랑교회에서 ‘우리는 왜 WEA를 반대해야만 하는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됐다. /한국WEA반대연합

세 번째 발제를 맡은 조덕래 목사는 목회적 관점에서 WEA가 왜 위험한가를 짚었다. 그는 무엇보다 굿윌 샤나 의장의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샤나는 정규 신학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스스로를 사도(Apostle)라 칭하며, 신사도운동 단체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조 목사는 "샤나가 설립한 교단은 짐바브웨 전통 종교와 기독교가 혼합된 형태로 이단적 요소가 농후하다"며 "그런 인물이 세계복음주의를 대표한다는 것은 심각한 영적 위기"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WEA 서울총회의 핵심 슬로건인 ‘2033년까지 모든 이에게 복음을’이란 비전이 사실상 신사도운동과 로마 가톨릭이 주도하는 ‘글로벌 2033’ 프로젝트와 동일한 흐름임을 경고했다. 조 목사는 "복음 전파라는 미명 아래 혼합주의적 종교일치 운동에 한국교회를 끌어들이는 위험한 시도"라고 경고했다.

세미나에서는 또한 WEA 서울총회 유치 자체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의 결의 위반임을 지적했다. 이미 제44회 총회(1959)와 제106회 총회(2021)에서 WEA와의 교류를 유보하거나 거부한 바 있으나 그럼에도 일부 교회가 총회 유치에 나선 것은 심각한 교단 질서 파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교회의 자유와 교인의 자유를 내세워 교단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헌법 위에 선 교회라는 착각"이라며, "합동 교단 내 신학적 정체성을 흔드는 불순종의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WEA와의 교류, 협력, 가입을 일절 금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국교회가 다시금 복음의 본질과 개혁신학의 정통 위에 서야 할 것을 다짐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5 WEA 서울총회 종합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굿윌 샤나 의장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최성주 기자

한편, 2025WEA서울총회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종합설명회를 열고 WEA서울총회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근거 없는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이 자리에서 공동위원장 오정현 목사는 인사말을 전했으며, 굿윌 샤냐 의장과 보트루스 만수르 사무총장 내정자가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했다.

샤나 의장은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종교다원주의나 혼합주의는 따르지 않는다"면서 "서울총회가 한국교회와 아시아교회, 세계복음주의 진영에 새로운 도약의 기점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교회 내에서는 WEA와 서울총회 개최를 둘러싼 신학적 정체성 문제, 다원주의 논란 등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서울총회 조직위원회의 해명 또한 명확하지 않아 총회가 강행될 경우 한국교회의 분열이 심화될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