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행크스, 美육사 공로상 시상식 취소...트럼프 "중대한 조치"

바이든 지지했던 배우 톰 행크스 저격한 것으로 풀이

2025-09-09     문은주 기자
미군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의 공로상인 ‘세이어 상’을 받기로 했던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 /AP=연합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가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에 대한 공로상 시상식을 취소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영 의사를 밝혔다.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의회 전문지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갈수록 더 위대해지고 있는 웨스트포인트가 현명하게도 톰 행크스의 시상식을 취소했다. 중대한 조치다"라며 "파괴적이고 ‘깨어있는(WOKE)’ 수상자들이 소중한 미국의 상을 받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아카데미 시상식과 기타 가짜 시상식들도 공정성과 정의를 명분으로 기준과 관행을 재검토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행크스가 아카데미상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2회 연속 수상하고 7개의 에미상을 받았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웨스트포인트 동문회는 행크스에게 공로상 격인 ‘세이어 상’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행크스가 육사 출신은 아니지만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포레스트 검프’ 등에 출연해 수많은 군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미군에 대한 인식 제고에 기여한 데다 참전용사 보호 등에 힘써온 공로 등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던 중 웨스트포인트 동문회장이 오는 25일 예정돼 있던 시상식을 돌연 취소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명분상으로는 웨스트포인트가 생도 육성이라는 핵심 사명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지만 정부 눈치보기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인 행크스에게 상을 줬다가 괜히 불똥을 맞을까 몸을 사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행크스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등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자로 유명하고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는 민간인 최고 권위의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최근까지 TV 프로그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풍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행크스의 수상 자격 자체가 취소됐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행크스에 대한 공로상 시상식 개최 계획이 불과 3개월 만에 뒤집힌 이유는 트럼프 시대 정치와 정면으로 충돌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웨스트포인트가 교내 도서관에 로버트 리 장군의 초상화를 다시 걸어둔 것도 그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로버트 리 장군은 19세기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끌던 사령관으로,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등 인종차별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리 장군의 초상화는 1950년대부터 웨스트포인트 도서관에 걸려 있었으나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22년 철거됐었다. 3년 만에 리 장군의 초상화가 돌아온 것은 재집권 이후 남부연합 관련 명칭과 기념물을 복원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