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사위원장 선출...정청래와 ‘입법 폭주’ 가속
제1야당 몫 무너진 관례, 민주당 단독 표결 강행 秋 "국민명령 받은 권력기관 개혁, 미루지 않겠다"
국회의 입법 관문인 법제사법위원장 자리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올랐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대립으로 상징되는 추 의원의 정치 이력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강경 드라이브와 맞물려 여권 주도의 ‘입법 독재’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국회는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 보궐선거를 진행해 추 의원을 선출했다. 추 의원은 총 투표 수 173표 중 164표를 얻어 당선됐다. 투표에는 민주당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법여권 의원들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관례상 제1야당이 맡아 왔던 법사위원장직을 민주당이 가져가는 것에 반발하고,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미 2020년 제21대 국회 초반에도 협상이 결렬되자 윤호중 당시 의원을 단독 선출해 관례를 깨뜨린 전력이 있다.
이번 선거는 이춘석 전 법사위원장이 보좌관 명의 주식 차명 거래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주식 거래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직에서 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
추 의원은 선출 직후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그리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인다. 그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법사위원장으로서 이제 국민의 염원이 된 권력기관의 개혁을 더는 미루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 의원의 등판으로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주도하는 입법 드라이브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 대표는 같은 날 본회의 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들께 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전날 저녁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함께 ‘검찰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최종 합의를 이뤘다고 강조하며, "대통령의 결단에 감사드린다. 당정대는 원팀으로 끝까지 완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추 위원장이 과거 추진했던 ‘검수완박’의 연장선으로, 법사위원장을 확보한 민주당이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 등 이른바 2단계 검찰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선전포고에 가깝다. 민주당은 이미 추석 전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후속 법안들도 신속히 추진한다는 일정표를 짜놓은 상태다.
정치권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 정청래 민주당 대표 조합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며 "법사위원장으로 과거 편향된 입장에서 벗어나 강성 지지층만 아닌 전 국민을 위한 역할을 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악법 처리를 위한 폭주 열차를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두 사람 모두 강경한 정치 스타일이어서 입법 드라이브는 가속화되겠지만, 민심과 충돌할 경우 위험해질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방송 3법’ 중 하나인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데 이어, 한국교육방송공사법·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을 이달 25일까지 차례로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저항했지만, 민주당은 범여권 의석을 앞세워 24시간 뒤 강제 종료시키는 방식으로 법안을 하나씩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