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칼럼] 李정부 폭주에 등돌리는 중도층

2025-08-21     정기수 前 경향신문·시사저널 기자
정기수

민주당과 대통령 이재명의 지지율이 일찌감치 하향 열차에 탑승했다. 여론조사는 가속도의 원리가 작용하고 변곡이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거슬러 올라가려면 아주 큰 사건, 정책적 성패가 따라야 한다. 그들은 밑천을 너무 빨리 드러내고 있으며 그걸 숨기려는 능력과 의지가 없다.

지지율 고공 행진이 끝나는 소리는 탕 아닌 꽝이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가 삽시간에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면 그렇지’ 하는 실망과 자각이 그 빈자리를 차지했다. 중도층이 맨 먼저 짐을 쌌다. 정통 보수층의 입맛이 늦여름에 돌아왔다.

이재명의 2주간 지지율 낙폭 12% 원인은 두 가지다. 정치적 결정과 태도, 그리고 경제적 정책과 시각이다. 조국·윤미향 사면, 반(反)기업·반중산층 정책이 보통 국민과 젊은 사람들 속에 불을 지르고 있다.

윤미향은 질적 정신적으로 차원이 다른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조국과 함께 사면해 줬다. 자살골이다. 그들 머릿속과 뱃속에는 자못 심오하고 심각한 계산들이 복잡했을 것이다. 오산이었다. 이재명과 그의 아첨꾼 참모들은 ‘실보다 득이 많다, 지지율 높을 때 좌고우면 말고 밀어붙여야 했다’라고 자위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버스는 떠나기 시작했다. 아첨꾼들은 이제 더 강수를 두기 어렵게 됐고 정권은 지리멸렬의 길로 곧 들어설 것이다. 인기 높다고 도박을 한 결과다.

윤미향 사면이 수도권 중도층 마음을 왜 그토록 불쾌하게 했는지를 인터넷 애니메이션 풍자가 알려 준다. 영상은 ‘꾹이’(조국)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면을 요청하고, 윤귀향(윤미향)은 "제가 진짜 억울한 일을 당했다. 한 번만 도와달라. 명예 회복도 하고, 국회의원도 다시 하고, ‘윤 어게인’ 해야 한다"라고 호소한다. 작가의 기발한 조어 ‘윤 어게인’이 압권이다.

이 영상 댓글에 나온 비유적 비난도 공감이 간다. "어린이날에 (초등생 성폭행범) 조두순을, 부부의 날엔 (전 남편 살인 사건의) 고유정, 연인의 날엔 (가평 계곡 살인) 이은혜, 여성의 날엔 (수원 20대 여성 엽기 살인 사건의) 오원춘을 사면한 꼴이다."

조국은 지금 개선장군이다. 윤석열·한동훈 보복의 칼을 열심히 갈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다운 행각을 석방 하루 만에 되풀이했다. 한우는 빼고 된장찌개만 ‘가족 식사’ 사진으로 올렸다. 그 조국 어디 안 간다.

그는 인턴 증명서 만들기 등 입시 부정행위 자체, 그 불법성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고 검찰 개혁 노래만 부른다. 그를 대문짝만하게 인터뷰해 주는 친민주당 신문의 소위 ‘대기자’들도 그런 상식적인 질문은 쏙 빼고 조국의 화려한 미래 정치 행보와 복수의 다짐만 받아써서 내보낸다.

"정치인으로 돌아왔고 내년 6월 국민으로부터 한 번 더 심판을 받겠다. 윤석열·한동훈은 사모펀드를 활용해 정치자금을 모았다는 황당한 논리를 언론에 전파하고 청와대에도 보고했다. 근거 없다는 걸 알았기에 내 자식들의 인턴 증명서 수사로 파고 들어갔다. 털고 또 털었다. 우리 가족 전체를 짓밟았다. 솔직히 말한다. 나는 두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

이재명과 민주당의 8월 초중순 사주팔자는 사납다. 불과 2주 사이 거품 인기를 깨끗이 날려 버리는 똥볼을 한꺼번에 찼다.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대폭 하향, ‘더 센’이란 접두어를 신이 나서 붙였던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등 기업 죽이기 악법들, 난데없는 포스코 죽이기 산재 사냥 드라이브….

대기업들을 유리할 땐 때려잡고 불리할 땐 돈 내라고 하는 사이비 진보, 반자본주의 집단의 정체가 집권 2개월 만에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그 반감과 자포자기가 ‘셀프 대관식’(국민 임명식)에 강제로 끌려 나와 앉아 있다가 입을 대자로 벌린 한 재벌 총수의 하품으로 나왔다. 실망과 지겨움이 커지는 중도와 보수 국민들 입에서도 하품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