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강공 드라이브 이재명 정부 리스크 되나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 하락의 한 요인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강공 드라이브가 계속되고 있어 이재명 정부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8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51.1%로 나타났으나 마지막 날인 14일 하루만 놓고 보면 48.3%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취임 후 두 달 보름 정도가 지났을 뿐인 밀월 기간임에도 이 대통령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도 이례적인데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으며, 정 대표의 강경 일변도 여당 운영이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19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여당의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며 "(여당이 일을 벌이면) 수습하는 건 정부 몫인데 (정부가) 끌려다니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여권에서 속도 조절론이 있었으나 정 대표가 강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힘이 빠진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정 대표의 속도전으로 오는 21일부터 방송문화진흥회법, 노란봉투법, 2차 상법 개정안 등을 처리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내란 세력 척결", "국민의힘 해산", "전광석화 검찰개혁" 등 강경책으로 일관해 왔다. 그 바람에 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 하락과 함께 민주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지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국민의힘(36.7%)과 오차 범위 내인 39.9%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정 대표의 강공 드라이브는 계속되고 있다. 18일 아침 리얼미터 조사가 발표된 가운데서도 정 대표는 "내란 척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대표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 추도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진정한 용서는 완전한 내란 세력 척결과 같은 말’이라고 하셨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을 탄압한 전두환의 5공 정권과 화해해 그간 정치권에서 ‘타협과 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정치인인데 그런 김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내란 세력 척결"을 조장하며 김 전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이다.
정 대표는 이날 내란 프레임을 역사로까지 확대했다.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8.15 경축사 중 "광복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는 시각이 있다)"는 대목만을 떼어서 "망언"이라고 규정하고 "역사 내란 세력도 철저하게 척결해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해 우리는 또다시 빛의 혁명으로 민주주의 빛을 지켜냈다"먼서 "하지만 지금도 빛을 빼앗으려는 역사 쿠데타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방위적으로 강경 기조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여당 대표의 강성 발언과 밀어붙이기식의 입법 강행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장관을 콕 집어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잘 챙겨달라. 민감한 핵심 쟁점이 있다면 더 많은 공론화 작업으로, 더 많은 갑론을박이 벌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사실상 검찰개혁의 속도 조절을 당부한 것도 역풍을 경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 하락을 의식해 의도적으로라도 통합의 정치를 표방할 법도 하건만 정 대표가 일반적으로 야당이 추구하는 선명성을 부각하며 강경 일변도로 흐르는 건 이 대통령과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과 협치의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주며 업적을 남기려는 현직 대통령과 정치적 미래를 내다보며 팬덤을 만들고자 하는 여당 대표의 정치적 이해가 같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정 대표의 ‘센 발언’에 대해 이 대통령의 ‘사이다 발언’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성남시장에서 대권 후보로까지 급성장하고 기어이 대통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사실이 정 대표에게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