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래의 음식보감] 흥부가 타던 박

2025-08-19     김달래 한의학 박사
김달래

박은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인도와 아프리카가 원산지다. 우리나라에서는 ‘흥부전’에 등장할 정도로 익숙한 식물이며, 주로 지붕에 올려 키운다.

박은 잘 말려 바가지 등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고, 완전히 익지 않은 박을 잘라 속살을 말려 박고지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한방에서는 박의 속살을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박은 푸른빛을 띤 초록색인데 전체에 짧은 털이 있으며 각 마디에서 많은 곁가지가 나온다. 호박이나 오이, 참외 같은 박과식물은 대부분 노란색 꽃을 피우지만 박꽃은 흰색이다. 박꽃은 보통 오후 5~6시에 꽃이 피었다가 다음날 아침 5~7시에 저문다.

박은 수정 후 10일쯤부터 급격히 커지기 시작해 15~20일이 지나면 5~6kg으로 비대해진다. 이 때가 박고지용 등 식용으로 먹기에 가장 좋다. 박고지에는 단백질·당질·지질·칼륨·식이섬유·아연·엽산 등이 들어 있다. 박 속에는 쿠쿠르비타신 B도 들어 있다.

박은 오이나 참외, 수박처럼 칼륨이 엄청 많이 들어 있다. 박 속 칼륨 양은 3.105mg 정도로 이는 일반 식물들보다 약 10배나 많은 것이다. 칼륨은 소변 배설을 촉진하기 때문에, 박은 수종·복부창만·황달·임질·요도염·방광염에 사용한다. 또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의 해수병에도 사용한다.

사상의학에서는 오이나 참외 같은 박과식물을 열이 많은 소양인의 음식으로 분류한다. 박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몸이 차가운 소음인 체질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박의 차가운 성질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매운 양념으로 나물을 해서 먹는 것이 좋다. 일부 서해안 지역에서는 낙지탕을 끓일 때 박나물을 넣고 매운 양념으로 간을 맞춰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