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廣場] 한미 정상회담, 윈-윈 묘수 찾아 역제안을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이 오는 25일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82일 만에 열리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71일 만에, 문재인 대통령 51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한 지 11일 만에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과 비교해볼 때 역대 정부 중 가장 늦게 열리게 된다.
지난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가능한 한 빨리 개최하기 위해 6월 17일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중동사태를 빌미로 한 미국측의 소극적 자세로 불발됐다.
특히 미 백악관은 6월 4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해 "한미동맹은 철통 같다"고 하면서도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을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제 3국인 중국을 거론한 것으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내세워 미중간 균형잡기를 시사한 이재명 정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이다.
7월 31일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이 미국 요구를 수용,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것으로 타결되자, 트럼프는 2주 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정상회담 개최가 급물살을 타게 되어 25일로 날짜가 확정된 것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 의제는 한미동맹의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 한미의 대북 정책 및 비핵화, 관세협상 후속협의 등 3가지로 알려지고 있다. 관세협상 타결 이후에 열린다는 점에서 안보문제가 핫 이슈가 될 것이며, 특히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을 위한 동맹의 현대화가 핵심의제가 될 것이다.
미국은 7월 10일-11일 열린 한미 외교·국방 국장급 실무협의에서 한미동맹의 미래 방향으로 ‘동맹 현대화’를 처음 내세웠다. 7월 18일 한미 외교차관회의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한반도에서 태평양으로 확대 적용하는 동맹 현대화를 요구했고, 7월 31일 한미 외교장관회의에서 동맹의 현대화에 합의했다.
동맹의 현대화란, 킹슬리 윌슨 미 국방부 대변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한반도와 그 너머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적응시키는 것을 말한다. 결국 한미동맹을 중국 견제 중심으로 변환하겠다는 것으로,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 및 구성 요소 변경, 전략적 유연성 강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국방비 대폭 인상 및 한국군 역할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요구는 자칫 한미동맹 약화로 읽혀질 수 있다.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주한미군 이동은 사실상 주한미군 감축을 의미한다. 주한미군의 규모·역할 조정, 한국군의 역할 확대 등은 북한 억제보다 대만 유사시에 중점을 두게 됨으로써 동맹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양국이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보완책을 미국에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
대북 정책과 비핵화 문제 논의도 예상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대북 방송 중단과 한미 연합연습 조정 등 대북 유화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7월 30일 한국의 관세 협상단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의 근황을 물으며 미북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보였다. 한미 양국 모두 북한과의 관계 재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일방주의를 선호하는 트럼프로부터 북한과 대화 전 한국과 조율할 것이라는 확답을 얻어내는 등 대북문제와 관련해 양국간 공조와 협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관세협상 결과와 관련 양국 정부간 해석 차이 해소, 세부 내용 확정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우리 쪽에 유리한 내용으로 매듭짓기 위해 민관이 합동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80년간 유지돼 왔던 자유무역체제가 종식되고 보호무역주의가 등장하는 전환점에 열린다. 한미동맹에도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인 우리로서는 압박과 거래를 주특기로 하는 트럼프 정부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거래를 통해 국익 극대화를 도모해야 한다. 상호 호혜와 존중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질서를 함께 설계하는 미래형 포괄적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으로 한미동맹이 진정한 최고의 일류 동맹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