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사상의 자유마저 짓밟는 ‘민주화의 성지’

2025-08-17     자유일보

이재명 정권의 출범과 함께 이런 몰상식이 뻔뻔한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이고 비열하고 천박할 줄은 미처 몰랐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광주광역시에서 전개되는 학문과 사상,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적대적인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갖는 소회다.

광주광역시는 "광주 시내 공공도서관에 있는 역사 왜곡 논란 도서 7종을 폐기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 가운데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는 1948년 ‘여순사건’의 진압 과정을 ‘암 환자 치료’에 비유했다는 이유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이야기>는 국회의 리박스쿨 사건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다는 이유로 이름을 올렸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이 쓴 <반일 종족주의>와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등도 뉴라이트 역사관을 담았다는 이유로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학문과 사상, 양심과 출판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인 위협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을 담은 서적들에 대한 이런 조치가 공무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이런 야만적인 조치에 항의해야 할 광주시교육청조차 여기에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는 사실은 절망스럽다.

반면 김일성과 주체사상을 우호적으로 소개한 친북 이적 성향의 서적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는가. 광주시 공공도서관의 도서목록만 검색해 봐도 좌경 서적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광주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 입만 열면 내세우는 ‘민주화의 성지’라는 간판이 부끄럽지 않은가. 광주가 자랑하는 민주화가 실은 친북 좌경화요 광주와 호남이 반(反) 대한민국 이적 세력의 아성이라는 비판에 대해 무어라고 반박할 수 있는가.

근대사에 대해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을 담은 전남대 김재호 교수의 서적에 대해서도 광주의 좌파들은 마녀사냥을 시도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이 반대 운동을 전개해 취소 단계까지 갔던 정율성 기념사업도 원위치시킬 조짐이다.

광주 도심의 상가와 사무실이 텅텅 비어가고 경제가 추락하며 청년 인구 유출이 심화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치를 먹을거리 삼는, 정치를 산업화한 후유증이다. 그러다보니 ‘민주화의 성지’가 기본적인 사상의 자유마저 짓밟는다. 우선 빼먹기는 곶감이 달겠지만 그거 자기 발등 찍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