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밤 김빠진 정치 쇼

2025-08-17     자유일보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정부 행사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광복절 80주년 기념행사, 또 하나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국민 임명식’이다.

광복절 경축 행사는 정부 연례행사다. 국가 행사인 만큼 여야와 정파를 초월해 기념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날도 대통령, 여야 대표, 5부 요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상적으로 해방 80주년을 기념했다.

문제는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국민 임명식’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애초에 행사 불참을 선언했지만, 이날 광장에 모인 참석자들은 당초 예상에 턱없이 못미치는 저조한 수준이었다.  주최측은 3, 4만 명 정도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했단다.

물론 속칭 ‘개딸’들이야 환호했겠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를 심드렁하게 바라봤다. 왜 그랬을까. 정답은 간명하다. 국민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 임명식’이 정치쇼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 보편적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이 무더운 여름날 아무런 의미도 없는 ‘김빠진 쇼’에 왜 가겠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6월 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대통령 취임선서식을 거행했다. 이날 대통령 취임행사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헌법 제69조에 따른 취임선서를 진행하며, 새 정부 출범을 대내외에 알리고,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행사 규모를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취임식에 우원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 등 5부 요인을 비롯해 국회의원, 정당 대표, 국무위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식은 헌법적으로 이날 완결된 것이다.

그럼에도 막대한 세금과 행정 낭비를 하면서 굳이 ‘국민 임명식’을 강행한 배경이 무엇이었을까. 자유대한원로회의는 1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권위는 도덕적 권위·법률적 권위·절차적 정당성의 권위를 충족해야 하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 세 가지에 모두 미달되기 때문에 국민 임명식이라는 해괴한 방식을 고안해낸 것으로 의심된다"고 봤다. 날카로운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서민·중산층은 물가는 치솟고 폭등한 집값·전셋값에 시달린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 좌우를 막론하고 그런 정치 쇼에 누가 관심이나 갖겠나.